유엔 인권위원회가 필리핀 마닐라의 한 경찰서 책장 뒤에서 '비밀 감방'을 발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책장 뒤에 숨겨진 길이 3m, 폭 1m의 비좁고 어두운 공간에 무려 11명이 갇힌 채 억류돼 있었다.
인권위원회는 이들이 증거도 없이 일주일 동안 구금돼온 상태였고, 피해자들은 "경찰이 돈을 목적으로 자신들을 가뒀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원회는 필리핀 경찰의 인권 탄압 문제를 조사하다 이들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수감중인 사람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체포된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며 수만 명을 체포했고, 경찰과 자경단의 강경 대응 과정에서 마약 유통 용의자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해당 경찰서의 로버트 도밍고 총경은 "수감자들이 ‘원 타임, 빅 타임(one-time, big time)’ 작전 중 검거됐으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관련 자료가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창문도 없는 비좁은 방에 갇혔던 이들이 대부분 무고한 시민이라고 보도하며, 석방을 대가로 4만~20만 페소(약 90만~450만원)를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BBC도 "수감자들이 고문을 당한 흔적도 있고, 화장실에도 가지 못한 채 비닐봉투에 용변을 처리해야 했다"며 "비인간적인 처우였다"고 지적했다.
경찰 측은 이런 지적을 모두 부인했으나 인권위원회는 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