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은퇴 및 원로목사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목자카페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과 국민일보가 공동 주최한 '원로목회자 복지증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날 좌담회가 열린 것은 은퇴 및 원로목사들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후임 목회자가 자유롭게 목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섬기던 교회를 떠나고 있다.
평생 목회를 하던 사람이 교회를 떠나면 마땅히 발붙일 곳이 없다.
첫 발제자로 나선 피종진 남서울중앙교회 원로목사는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로는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피 목사는 “소명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며 “우리를 어디로 불렀는가. 바로 목회의 현장과 삶의 자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강단을 떠나서도 안되고 강단에서의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100세 시대에 새로운 소명을 다시 찾는 것이 우리 원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대표회장 문세광 목사는 은퇴 목회자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문 목사는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은퇴목회자들도 있다”며 “중대형교회 은퇴 목회자와 작은 교회의 은퇴목회자간에 커다란 양극화를 낳고 있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결책을 세울 것인가" 반문했다.
교회정보기술연구원(원장 이동원)에 따르면 기독교연금협의회에 가입된 교단은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예수교대한성결교회 등 8곳이며 전체 가입자는 3만 6253명이다.
연금 혜택이 없는 다른 교단에 비해 그나마 조금은 생활보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동작구 CTS목자교회에 등록된 은퇴 목사 335명 중 원로 대접을 받는 이는 7명에 불과하다.
이곳에 출석하는 대부분 은퇴 목사들은 연금을 받지 못하고 월 30만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실정
이다.
문 목사는 "은퇴 목회자 노후문제는 이제 본인의 문제를 넘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총재 정근모 장로는 "한국교회는 원로목회자들의 땀과 눈물, 희생속에 1960~80년대 한국교회가 성장해 왔다"며 "그런만큼 한국교회는 이들 원로목회자들에게 빚진 자로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도에게 원로목회자는 존경과 위로를 받아 마땅한 대상"이라며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모습은 바로 교회들의 무관심과 책임의식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재단 총재 한은수 감독은 한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소위 쪽방촌에 은퇴목회자들이 기거하고 있고 노인들이 모이는 시민공원 등에 가보면 은퇴 이후 할 일이 없어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은퇴목회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한 감독은 “이런 원로목회자들의 열악한 생활고 문제를 해결하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드려야 할 몫은 분명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원로목회자의 처우 개선과 예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고 인식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퇴하신 원로목회자들이 모일 수 있는 따뜻한 공간, 밥 한 끼라도 정성껏 대접할 수 있는 공간, 원로목회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될 여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 감독은 주장했다.
좌담회에 앞서 열린 감사예배에서 백승억(한국기독교원로목사회 공동회장) 목사는 "겸손한 마음으로 평생을 목회와 성도들을 돌본 원로목회자들을 섬긴다면 하나님의 큰 영광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은 매년 ‘원로목회자의 날’을 개최하고 목자카페와 사무실, 예배 공간을 제공하는 등 원로목회자들을 섬겨왔다.
재단은 주요 교단 관계자들을 초청해 이날 같은 좌담회 개최를 추진키로 했다.
은퇴 및 원로 목회자를 도우려는 교회와 성도는 재단 전화(02-741-5407)로 연락하면 된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