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마지막 승부처…'섀도캐비닛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7-04-28 08:27 수정 2017-04-28 08:34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8일 집권 후 통합정부 구성과 운영 방안을 담은 '통합정부 로드맵'을 발표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염두에 둔 총리 후보가 있다"며 공개할 뜻을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내각 구성안의 선거 전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섀도 캐비닛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의 마지막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 내각' '예비 내각'이라 불리는 섀도 캐비닛은 집권할 경우 기용할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미리 구성하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야 하는 터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섀도 캐비닛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섀도 캐비닛을 발표하는 것이 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위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 안철수의 섀도 캐비닛, 핵심은 바른정당?

안 후보는 27일 제주 서귀포 올레시장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내각론 구상에 대해 "곧 구체적인 로드맵을 밝히겠다"고 했다. 28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통합내각 구성안에는 40석 소수정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분열과 대립의 정치구조를 종식할 개혁비전을 담을 계획이다.

안 후보는 제주에 이은 경주 유세에서 "안철수정부는 국민의당만의 정부가 아니다"라며 "탄핵 반대세력과 계파패권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참여하는 국민대통합정부를 세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전격 회동했다. 통합정부추진위원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대표도 수락한 듯하다. 통합내각 구성안 발표에 김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참여할지, 김 전 대표가 통합내각에서 역할을 맡을지 주목되고 있다.

안 후보 집권 시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은 모두 '임명직 공직'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안 후보가 공공연히 주장해왔던 통합내각론은 두 사람의 결정에 힘을 받았다. 당내에선 이미 통합내각 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간 상황이다.

특히 바른정당 소속 인사들을 끌어안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모양새다. 선대위 관계자는 "핵심은 바른정당"이라며 "그들을 개혁세력으로 보느냐, 박근혜정부 출범과 국정논란에 책임 있는 세력으로 보느냐의 판단에 달렸다. 이는 TK 민심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로드맵 제시가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이는 현 시점에서 지지율 상승과 직결된다. 단순히 '협치와 연정'이라는 포괄적인 이야기로는 안 되고 구체적인 로드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의 섀도 캐비닛, 염두에 둔 총리는?

문재인 후보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리 인선 기준을 공개했다. 그는 “(총리로) 염두에 둔 분이 있다. 적어도 (선거) 막바지에는 다음 정부를 구상하는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섀도 캐비닛’ 공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 후보가 밝힌 총리 인선의 최우선 기준은 ‘대탕평·국민대통합’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장 '호남 총리' 가능성이 거론됐다. 국민의당의 ‘안방’인 호남을 끌어안지 못할 경우 집권 초기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후보는 호남 지역 유세에서 “총리부터 탕평 인사” 발언을 했었다. 다만 토론회에선 “특정 지역을 거론하기 어렵다”며 ‘비(非)영남 총리론’을 언급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윤철(78·전남 목포) 전 감사원장, 박승(81·전북 김제)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전 위원장은 김대중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냈고, 노무현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내며 문 후보와 깊은 정책적 교감을 이뤄 왔다. 박 전 총재는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이자 ‘10년의 힘 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으며 문 후보를 지원해 왔다.

김상곤(68·광주) 전 경기도교육감, 공동선대위원장인 김효석(68·전남 장성) 전 의원 등도 물망에 올랐다. 김 전 교육감은 노동과 고용, 복지와 사회경제를 연구한 정책가로 문 후보의 ‘일자리 대통령’ 정책을 뒷받침할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김 전 의원은 3선 의원 출신의 정책통으로 ‘뉴민주당플랜’을 만든 실용주의자다.

정치권 인사로는 선대위 총괄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54·고흥) 의원과 안희정(52·충남 논산) 충남지사 등이 거론된다. 가장 젊은 그룹이어서 ‘새 시대, 새 인물’ 이미지에 적합하다는 평을 받는다. 안 지사의 경우 통합형 인재로 꼽히지만 도지사 임기가 남아 있다. 현역 도지사 ‘차출’은 부담이 크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이름도 나오지만,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홍 전 회장과 그 정도로 깊은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50대의 깜짝 인사 발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가 요즘 새로운 시대의 통합의 문을 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했다”며 “젊은 인사 발탁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총리 공개 시점에 대해서는 “적어도 (선거) 마지막 단계”라고 표현하며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 새 정부 구성 '복잡한 사정'

5월 10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곧바로 국정운영에 돌입한다. 임기 시작 전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기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를 인선하려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장관 지명에도 내각 수장인 총리의 제청이 필요하다. 누가 되더라도 복잡한 절차와 시간 소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정운영 철학을 공유할 총리를 임명하는 일은 대통령 임기 초 가장 중요한 인선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당선인은 통상 15일 이상 소요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고려해 인수위 활동 기간 총리를 지명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2013년 2월 8일 정홍원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박 전 대통령 취임 다음날(26일) 총리로 임명됐다.

반면 차기 대통령은 대선 승리 확정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는 즉시 임기를 시작한다. 따라서 임기 개시 이후에도 내각 인선안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내각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대선 이후 총리로 돌아가는 황 권한대행과 한 달 가까이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판이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 직후 사임해 차기 대통령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이 궐위 상태인 지금과 달리 대통령 취임 후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 차기 대통령과 황 권한대행 양측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관 임명은 더 지난한 과정이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정부조직법을 손보고 이에 맞춰 각 부처 장관을 임명하는 작업에 길게는 수개월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부처 개편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장관 등 국무위원을 지명하려면 총리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새 정부의 장관 제청을 황 권한대행에게 맡기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소한 신임 총리가 지명돼 청문절차를 거쳐 임명된 이후 5월 말에서 6월 초나 돼야 내각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