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2천㎞ 이동해 투표한 승려…재외국민 선거 열기 '후끈'

입력 2017-04-27 17:12 수정 2017-04-27 17:53
사진=픽사베이.

지난 25일부터 세계 116개국 204개 재외투표소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유권자들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 않고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인도 남부 카르나타가 주 마이소르 인근 빌라쿠페의 티베트 사원에서 수행 중인 한국인 승려A씨는 지난 24일 오후 7시쯤 사원에서 출발했다.

A씨는 벵갈루루 공항까지 220㎞를 삼륜차와 버스로 이동한 뒤 다시 비행기를 타고 1740㎞를 투표를 위해 날아갔다. 1박2일 동안 15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투표소에서 그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A씨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속세 일과 거리를 두려 그동안 이런 일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최근 한국 상황이 안 좋아 이번엔 승려지만 참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투표를 마친 A씨는 이날 다시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 약 2000㎞의 길을 되돌아 사원으로 돌아갔다. 

인도에서는 이번 대선에 뉴델리 1천184명, 뭄바이 337명, 첸나이 801명 등 모두 2322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1756명보다 32% 늘어났다.

사진=25일(현지시간)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요르단 암만 주 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진행 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제19대 조기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투표 첫날인 25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불 한국대사관 투표소에서 교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대선에는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 197만여 명 중, 29만 4633명의 유권자가 투표를 신청했다. 이는 지난 대선에 비해 7만 명이 늘어난 역대 최다인원이다. 투표는 세계 116개국, 175공관, 204개 재외국민 투표소에서 치러진다.

사진=뉴시스

사진=25일(현지시간)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국민투표가 요르단 암만 주 요르단 대한민국 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재외국민들의 열기는 뜨겁다. 

재외국민투표 1호 투표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사는 양진우씨였다. 그는 지난 25일 오클랜드 영사관 건물 앞에서 새벽 4시부터 기다려 가장 먼저 투표를 마쳤다.

사진=재외국민투표 1호 투표자 양진우씨

미국에서도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와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모여들었다.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보스턴 인근의 뉴턴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류순택 여사와 함께 투표했다.

사진=채널A 뉴스화면 캡처

일본에서는 99세 된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아들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도 재외국민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투표 후, 투표 확인증을 달라고 하면 여러 군데서 할인행사도 해준다"며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투표는 국외부재자, 재외선거인 신고 신청을 마친 사람에 한해 참여할 수 있으며 본인 사진이 포함된 신분증(여권,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등)을 지참해야한다. 현지 시간으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투표할 수 있으며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재외국민이 행사한 표는 외교행낭을 통해 국내로 보내져 선관위에 인계된 뒤, 대선 당일 국내 투표함과 함께 개표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