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카드를 버린 것은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조치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안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엘리엇 등 주주들의 요청을 받고 6개월 안에 입장을 내놓겠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해 오다 전환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선 지주회사 전환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다가 이날 이사회를 통해 이 카드를 버리기로 공식 결정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접은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터라 지주회사를 추진할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선수 활동을 지원한 이유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과정에 도움을 얻기 위한 거였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였다. 지주회사 전환도 결국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 지배구조를 간소화하기 위해서였음을 고려하면 진행 중인 재판과 따가운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당시에도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만큼 금융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은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삼성 측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현 체제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경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분과 무관하게 그동안 보여준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우호지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매각키로 한 것 역시 외부 시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을 안 하기로 함에 따라 자사주를 가지고 있어봐야 별다른 이익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데,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감안됐다.
특히, 금산법과 보험업법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에도 지주사 전환 계획은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열린 2017년 1분기(1~3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순환출자구조는 여러 계열사가 함께 풀어 나가야할 문제이고, 이는 향후 전부 해소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영향을 줬는지에 묻는 질문에 "이 부회장도 회사의 등기이사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보고된 안건의 내용은 알렸지만 특별한 의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