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 발견한 황당한 사연

입력 2017-04-27 11:02
사진=문제의 담뱃갑(왼쪽)과 생전 조디의 아버지(오른쪽). 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담뱃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발견했어요.”

혈액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이 가족의 허락도 없이 ‘담뱃갑 폐암경고‘ 사진으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엠버 리프 타바코’ 담배회사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조디 찰스(44)의 사연을 소개했다.

조디 찰스는 얼마 전 자신의 집에 놀러온 친구의 담뱃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담뱃갑에는 '흡연은 뇌졸중과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문구 밑에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침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사진이 버젓이 인쇄돼 있었다.

조디는 “사진 속 남성이 아버지라는 것을 110% 확신한다. 내가 지난 20년 동안 아버지 머리카락을 잘라드렸다. 이마 라인까지 기억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본 어머니도 동의했다. 심지어 딸도 담뱃갑을 보고 '할아버지다'라고 말했을 정도다”고 말했다.

조디의 아버지 데이비드 로스는 림프종으로 투병하다 2015년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조디는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기는 했지만 폐암으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서 “사진은 마치 담배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것처럼 오해하게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담배 제조사가 병원 측을 통해 사진을 무단으로 받았거나, 병원 관계자가 가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넘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담뱃갑에 경고 사진을 싣도록 규제한 유럽위원회(EU Commission)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2016년 5월부터 담뱃갑에 특정 브랜드의 디자인을 모두 없애고 제품 이름만 사용하도록 했으며 나머지 공간 65%는 혐오스러운 경고 사진으로 뒤덮어야 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병원 대변인은 “사진을 찍는 부서는 두 곳인데 자선행사와 의료 목적의 사진만 찍고 있으며 다른 곳에는 절대 유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유럽위원회 관계자도 “남성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데이비드가 아니다”면서 “그와 유사한 외모로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사진 속 남성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디 측이 사진 속 남성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자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공개를 거절했다.

이에 조디는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담뱃갑에서 본다는 건 가족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 “사진 속 남성이 내 아버지가 아니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강경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