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못 느꼈는데…. 저 많이 망가졌나요?”
배우 고수(39)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부은 듯하다. 러닝타임 109분 안에 로맨스 멜로 액션 스릴러, 전 장르를 섭렵했다. 그뿐인가. ‘망가짐’을 불사하고 1인2역에 가까운 드라마틱한 변신까지 선보였으니, 이는 가히 ‘고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하다.
동명의 미국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2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석조저택 안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다. 이 사건을 풀어나갈 증거라고는 피해자의 잘린 손가락밖에 없다.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이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판결은 쉽사리 나지 않는다. 결정적 증거가 없어서다. 남도진의 운전수 최승만(고수)이 사건을 해결할 키를 쥐고 있다. 과거 마술사였던 최승만은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근근이 먹고살다 한 여인(임화영)과 사랑에 빠지고, 그 여인으로 인해 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극이 전개돼가는 과정 속에서 고수는 다채롭게 변화한다. 시사회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고수는 “극 중 최승만은 판을 짜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가야하는 캐릭터였다”며 “그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소개했다.
마술사라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부터 숙제였다. 그는 “동전이랑 카드를 가지고 계속 연습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카드로 손장난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글링 연습도 많이 했다”면서 “공 4개까지 연습을 했는데 현장에선 네 개는 (능숙하게 하기) 힘드니 3개만 가지고 저글링을 했다”고 웃었다.
전반부 고수와 임화영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은 판타지 로맨스 분위기가 물씬 난다. 잠깐이나마, 오랜만에 돌아온 ‘고수표 멜로’가 반갑게 느껴진다. 사랑에 빠진 고수의 얼굴은 ‘요조숙녀’(2003) ‘남자가 사랑할 때’(2004)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상 SBS·2009) 등 전작을 떠올리게 하기도.
고수 역시 초반 로맨스 장면을 이 영화의 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마술사와 하연(임화영)이 데이트를 하는 부분이 좋았다. 너무나 화창한 날에 화사한 감정을 나누는 둘의 행복했던 한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얘기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운전사가 된 뒤에는 외모부터 급격하게 달라진다. 이가 하나 빠져 금니를 달고, 한 쪽 다리는 절룩거리며, 나이를 가늠키 어려울 만큼 나약해 보이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소리 톤도 가늘고 높게 설정했다. 간사한 느낌이 더해지면서 인물의 의뭉스러움은 한층 배가됐다.
“심적으로나 외적으로 변화가 있는 인물이다 보니, 전체 흐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려 애를 썼어요. 마술사였을 때와 운전수일 때의 감정이나 느낌도 다르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죠. 우리 영화는 끝까지 봐야 뭔가 답이 나오는 영화거든요. 관객들에게 때로는 친절하게 때로는 불친절하게 (다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간의 출연작들에서 매번 그랬듯, 고수는 이번에도 작품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했다. 굳이 ‘미남’ 수식어를 붙이는 게 이제는 거추장스러워 보일 뿐이다. 고수는 “우리 영화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며 “관람 뒤 많은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