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고 널뛰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한국인들 뿔났다”

입력 2017-04-26 17:18 수정 2017-04-26 17: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해외 언론도 미국의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건너뛰기)’에 뿔난 한국인들의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된 채 강행되는 미국의 널뛰기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조치가 한국에서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과 허세에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극한(極限)’과 ‘배한(排韓)’으로 점철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행보가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적 공백사태를 맞은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최근 불거진 칼빈슨호 배치 소동은 양국 간의 신뢰를 추락시켰다고 덧붙였다.

  FT는 특히 트럼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발언을 놓고 한국인들의 분노가 정점에 달했다고 전하며 이런 사건들이 한·미 양국의 고위급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대미 인식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AP뉴시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FT에 요동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이 마치 언제 폭발할지 모를 가스가 들어찬 상황과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단지 반미 감정의 문제를 넘어 한·미 동맹 전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전 장관은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문제가 된다면 동맹 관계는 위태로워진다”면서 “이런 류의 사고(칼빈슨호 배치 혼선)가 일어나선 안 된다. 미국은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미동맹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한 송 전 장관은 “한·미 동맹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를 빼고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직면해있지는 않다”면서 “정권 교체는 때론 북한을 상대하는 일로 마찰을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FT는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논의에 한국이 배제돼선 안 된다는 한국 언론의 주장을 소개하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대담집 등을 통해 “우리는 미국에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도 상기시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FT에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진보 진영이 강조해 온 (북한과의) 대화와 화해는 미국과의 강력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국민들이 한·미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으로, 이전 진보 정권 때도 양국 관계는 좋았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