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천재였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해 근대 과학혁명의 완성자로 불린다. 관성의 법칙, 운동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등 그가 수립한 물리학 이론은 고전 역학의 근간이 됐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천재'를 꼽을 때 그를 뺀다면 결코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천재도 다 잘하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뉴턴도 '쓴맛'을 경험했고, 그 분야는 주식 투자였다. 코스피가 26일 오전 2200포인트를 돌파했다. 사상 최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런 상승장에도 많은 '개미' 투자자는 소리 죽여 눈물을 삼키고 있을 터.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난주 '뉴턴의 투자'를 재조명한 기사를 실었다.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929년 주가 대폭락 시기에 태어났다. 책을 많이 읽고 말수는 적었지만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펜실베니아대학과 네브라스카대학을 거쳐 콜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인생을 바꿔준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를 만났다.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란 책을 써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레이엄 교수에게 버핏은 '투자의 원칙'을 배웠다.
이제 고전이 된 책 '현명한 투자자'는 1949년 초판이 발행됐다. 여러 차례 개정판이 나왔는데,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투자칼럼니스트 제이슨 즈와이그가 주석과 코멘트 등 내용을 추가해 개정판을 냈다. 그가 추가한 내용 중 뉴턴이 주식투자를 했던 일화가 있다. 뉴턴이 골랐던 종목은 영국 '남해회사( South Sea Company)'였다.
당시 국채 증가로 신음하던 영국 정부는 특정 기업에 무역독점권을 주고 그 기업 주식을 국채 소유자들에게 줘 빚을 갚는 방안을 기획했다. 재정 안정을 꾀하면서 기업과 채권자 모두 이득이 될 거란 계산이었다. 그 대상이 된 건 노예무역이었고, 이를 독점할 기업으로 1711년 남해회사가 설립됐다.
1720년 국채의 주식 전환이 곧 개시된다는 소식과 함께 남해회사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1720년 초 128파운드였던 것이 7월에 900파운드를 넘어섰다. 남해회사 주식으로 누가 횡재했다더라는 소식이 급속히 퍼졌다. 사람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앞 다퉈 이 주식을 사들였고, 뉴턴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즈와이그는 이렇게 적었다.
"1720년 아이작 뉴턴은 남해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당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다.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대중의 광기는 어디로 튈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러면서 갖고 있던 남해회사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매입가보다 2배 오른 가격에 팔아 7000파운드를 벌었다. 그런데 몇 달 뒤 뉴턴은 '광기 어린 대중' 대열에 다시 합류했다."
주식을 처분한 뒤에도 계속 주가가 오르자 뉴턴은 마음이 흔들렸다. 팔았던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다시 남해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어디인지 모를 뿐, 과열에는 끝이 있기 마련. 8월부터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에는 1년간 올랐던 걸 모두 반납하고 원래 가격대로 떨어졌다. 뉴턴은 하는 수 없이 주식을 팔아치웠다. 2만 파운드를 날렸는데, 지금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300만 달러(약 33억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즈와이그는 "이후 뉴턴은 죽을 때까지 누구도 자기 앞에서 '남해회사'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고 썼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남해회사 주가 그래프를 실었다.
단기간에 급상승과 급락을 보인 저 그래프의 가파른 기울기에 '천재' 뉴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급상승 국면이 비정상적임을 인식했지만 계속되는 '비정상'에 결국 흔들렸다. 주식은 뉴턴 같은 천재 물리학자에게도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이 앞서게 만드는 '괴상한' 상품이다.
그레이엄 교수는 '현명한 투자자'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투자자에게 가장 큰 문제, 그러니까 최악의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인 듯하다 (For indeed, the investor's chief problem — and even his worst enemy — is likely to be himself)."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뉴턴의 투자
더피플피디아는 국민(The People)과 백과사전(Encyclopedia)을 합성한 말입니다. 문헌과 언론 보도, 또는 관련자의 말과 경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백과사전처럼 자료로 축적하는 비정기 연재입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