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모두 26일 새벽 기습적으로 이뤄진 사드 배치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에는 미묘한 차이가 엿보였다. 문재인 후보 측은 “차기 정부의 판단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고 비판했고, 안철수 후보 측은 “주민들과 충돌이 없도록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포천에서 열린 우리 군의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 입장엔 변함이 없다. 곧 대선을 앞두고 지금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이 시기에 이르렀으니 마지막 결정은 다음 정부로 넘겨 다음 정부에서 사드 문제를 다양한 외교적 카드로, 특히 북핵 폐기를 위한 여러가지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도록 넘겨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강원 춘천 중앙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한·미 합의 의해 (사드 배치가) 이행돼야 한다"며 말문을 연 뒤 "그런데 정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건 문제가 있다. 주민과 충돌도 있었다는데 정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환경영향평가 같은 적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는 국방부도 얘기한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이 26일 오전 내놓은 입장은 ‘규탄’에 가까웠다. 박 단장은 "국민 의사와 절차를 무시한 사드 반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문 후보는 사드 배치가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국민적 합의 작업을 거치고 우리의 국익과 한미동맹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 성주 부지에 사드가 전격적으로 반입됐다"며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을 원천적 차단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비 도입 배경은 무엇이고 정부와 국방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절차를 무시한 사드 이동 배치를 중단하고 한미 당국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서 이 문제가 최종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은 26일 손금주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냈다. 손 대변인은 "사드배치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더더욱 절차에 따라 의견 조율 등을 거쳐 주민들과의 충돌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며 “국방부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한국과 미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고 일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한밤중 기습배치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사드장비 반입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대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우려스럽다"며 "충돌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실신한 분들도 계시다고 하니 걱정이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가 작전운용 능력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는 가용한 사드체계의 일부 전력을 공여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으로 작전운용능력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며 "별도의 시설공사 없이 일부 전력을 우선 배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환경영향평가와 시설공사 등 관련 절차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 군은 연내에 사드체계의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구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