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안전, 절대 안전!”
지난 19일 아침,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부산차량융합기술단 디젤차량정비센터 대형 작업장에서 차량관리팀장의 선창에 따라 안전을 다짐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신호다. 높은 천장의 기다란 창에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차량관리원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
오전 업무가 시작되자 11m 높이에 위치한 대형 천장크레인이 100t에 가까운 디젤기관차의 상체를 들어올렸다. 여기저기 설치된 소형크레인에도 족히 수십 kg은 돼 보이는 디젤기관차 부품들이 매달려 공중을 오갔다. 기름과 이물질로 가득한 부품들을 세척하는 고압 물줄기는 쇠붙이와 부딪치며 수증기를 뿜어댔다. 용접봉 끝에서 튀어나오는 불꽃, 어린아이 키만한 차륜의 삭정작업 등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순간이 계속됐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신천대로 부산차량융합기술단 일반기지에 위치한 디젤차량정비센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젤기관차를 중정비 하는 곳이다. 디젤엔진에서 나오는 강력한 힘이 발전기와 전동기를 통해 차륜에 전달되기 때문에 ‘디젤전기기관차’가 정확한 명칭이다.
이곳은 엔진을 담당하는 기관팀, 기관재생팀, 전기팀, 전기재생팀, 차륜삭정 외 하체를 수리하는 대차팀, 공기제동장치와 도장, 용접, 세척을 담당하는 제공팀 등 6개 팀으로 나뉘어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287대의 디젤전기기관차는 주행키로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곳 정비센터에 입고돼 분해·정비·조립·도색·성능시험 과정을 거쳐 새 생명을 얻는다. 일부는 정밀진단에서 회복 불능 선고를 받고 고철로 분해되기도 한다. 장례식장까지 갖춘 디젤전기기관차의 종합병원인 셈이다. 자동차에 비해서 수십 배 큰 부품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육안으로도 아픈 곳을 정확히 찾아내는 200여명의 차량관리원들은 디젤전기기관차 전문의다.
부산 디젤차량정비센터는 6.25전쟁 이후부터 디젤전기기관차를 정비하면서 축척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젤 엔진 정비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제주도 한림내연발전소의 기술자립 지원, 고리원자력발전소 디젤엔진 터보차저 기술 전수는 물론 파키스탄과 이란에는 디젤전기기관차 정비 기술을 수출 했다. 또한 유럽의 환경규제 조건에 부합하는 신형 디젤전기기관차를 도입·운영하면서 글로벌 중정비 전진 기지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정상만(58) 기관재생팀 선임차량관리장은 “40년 가까이 디젤전기기관차와 함께했다”면서 “완벽하게 수리를 마치고 센터를 힘차게 출발하는 기관차의 뒷모습에서 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디젤전기기관차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51년이다.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쓰였다. 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우리나라에 4량을 기증하면서 디젤전기기관차 시대를 열었다.
한반도 전역에 뻗어있는 레일을 따라 여객 및 산업물자를 수송한 디젤전기기관차는 산업화 시대의 선봉장이었다. 전기기관차의 등장과 환경 문제 등으로 500대가 넘었던 디젤전기기관차 보유량은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비 철도구간 서비스 제공 및 북한과의 통일을 대비해 필수적으로 기본 수량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고속철도차량 등 전기철도의 전력공급 불능 시 언제든 구원운전을 나서야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 중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친환경 디젤전기기관차의 도입 운영과 새로운 기술력 확보, 안정적 정비시스템은 철도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 요소다. 정현우(54) 부산차량융합기술단장은 “최고의 철도운행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현재 코레일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디젤차량정비센터는 디젤전기기관차의 메카로서 그 명성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동안 단순 유지보수에서 벗어나 IoT,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합기술을 접목하여 첨단 철도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산=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