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친박 떠난 자리에 친문이 들어서는 게 정치 발전이겠느냐"

입력 2017-04-24 20:55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4일 “친박(친박근혜) 패권 세력이 떠나간 자리에 친문(친문재인) 패권 세력이 들어서는 게 무슨 정치발전이겠느냐”고 말했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지 1년 만에 가진 첫 공개 석상에서 한 작심 발언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그의 옥탑방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대선은 우리 정치가 패권, 계파주의, 비선실세 정치가 아니라 제도에 의해 정치권력이 관리되는 정치로 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 이후 정치권력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했다.
 
 김 전 대표의 발언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패권주의 세력’으로 지칭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제가 당 전당대회에서 7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대표로 선출됐지만 그 사람들(친문계)의 패권주의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며 “손학규 김종인 전 대표들도 패권에 굴복하고 굴종하지 않으면 배겨낼 수가 없어 못 견디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죽하면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못 버티고 나갔겠느냐”며 “그분들이 뛰쳐나오긴 했지만 쫒겨 나온 측면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또 “누구의 무엇이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가 된다는 건 난센스”라며 “특정 세력이 문 후보를 갑자기 모신 게 어떤 이유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기 때문에 앞세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그저 박정희씨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선거의 여왕으로 떠받는 결과가 뭔지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문 후보를 비교하며 “안 후보는 ‘누구의 안철수’가 아니라 신념과 소신, 목표의식을 분명히 하고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정치 지도자는 해처럼 스스로 발광하는 지도력이 있어야한다. 달처럼 남의 빛을 발산하는 지도자의 한계는 너무나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표는 향후 대선을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안 후보 지지율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문 후보의 지지율이 그만큼 오른 것도 아니다”며 “반전의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많은 국민들이 누구를 찍을까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수위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숨을 쉬며 “잘 이겨내야 한다. 저는 그것을 10년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침묵’을 깨고 1년 만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낸 데 대해 “최근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뒤에서만 의견 소통을 할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유세도 가고 목소리도 내고 하는 게 제 책무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대선 구도는 “‘야(野)·야(野)’ 대결”이라면서, “안 후보가 마치 보수의 대표 후보인 것처럼 구도를 만들어 가려는 의도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 문제에 있어서도 “박 전 대통령을 공천해 대통령까지 만든 세력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을보고 국가와 국민에게 큰 폐를 끼쳤다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저는 대표 시절, 당에서 공천한 인물이 비리 사실로 직을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그 지역에는 후보를 내지 않도록 당헌·당규에 못박았다”며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 후보는 상당히 괜찮은 사람”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국회의원 토론회도 하고 벽을 같이 쓰는 옆방이기도 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