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교사는 사역 12년차를 맞은 2015년 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감기인 줄 알았던 아들 예일이(당시 17세)가 급성 림프종 백혈병 진단을 받은 것. 7개월간의 투병생활 끝에 예일군은 가족의 품을 떠나고 말았다(2016년 2월 2일자 31면 참조).
지난해 1월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 선교사는 “예일이가 유언으로 남긴 말이 ‘엄마 아빠가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하나님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도네시아를 복음으로 살리고 천국에서 만나자’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 선교사 가정은 지난해 9월 리아우로 귀임했다.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12년 동안의 세간을 모두 정리한 상황이었기에 비자와 사역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터를 잡아야했다. 정 선교사는 “아내와 딸 다예의 간절한 기도에 천국에서 보내준 예일이의 응원까지 더해져서인지 처음 인도네시아에 정착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순탄하게 정착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1년여 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이어졌다. 과거 4년 동안 전도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던 무슬림 청년 부부가 마음을 열고 신앙을 갖게 됐다.
정 선교사는 “이 부부가 복음화율이 0.01%에 불과한 리아우오추 말레이종족에게 복음을 전할 씨앗”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슬람계 교육기관뿐인 지역에 최초로 기독교 유치원을 세우고 교육부 인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1,2학년이 다니는 기독초등학교도 교육부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역 내 큰 강과 샛강을 따라 전도하기 위한 전도보트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1년 3개월여 만에 이메일을 통해 확인한 정 선교사의 삶은 아들의 유언을 새로운 원동력으로 삼아 인도네시아에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모습이었다. 편지의 마지막엔 앞으로의 비전과 소망을 담은 외침이 적혔다.
“완전하고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신 우리 주님을 찬양하라.”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