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감염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질병관리본부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수두 요양급여를 청구한 1499개 의료기관 중 1221개(81.5%) 의료기관이 수두 진단 사실을 관계기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1221개 의료기관 중 단 한건도 신고하지 않은 의료기관도 893개나 됐다.
같은 기간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을 요양급여로 청구한 824개 의료기관 중 656개(79.6%) 의료기관도 전부 또는 일부 진단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의사나 한의사가 제1~4군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경우 지체 없이 질병관리본부장이나 관할 보건소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수두와 볼거리는 2군 감염병으로 신고 대상이지만 대다수의 의료기관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기간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2015년 9월 1일)이 나온 이후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감염병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처벌이 약해 신고를 강제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사원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염병 신고 의무를 위반해 고발된 사건 97건을 조사한 결과 기소 유예가 37.1%로 최다였다. 벌금형을 받아도 100만원 미만이 67.5%로 처벌 정도가 크지 않았다.
이는 감염병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벌금 상한액이 1999년 이후 지금까지 200만원으로 동일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일본의 경우 50만엔을 부과하거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의료기관 허가를 취소 또는 제한하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이밖에 주요 공항에 감염병 역학조사관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은 사실도 지적했다. 김포공항에는 역학조사관이 한 명도 없었고 김해·제주공항은 각각 1명씩만 배치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요 공항에 역학조사관을 늘려 24시간 감염병 감시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으나 검역인력만 31명 증원했다.
감사원은 감염병 진료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고 신고 누락 시 벌칙을 강화하도록 질병관리본부 및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감염병 신고 체계 여전히 구멍...수두 진단 병원 81% 제대로 신고 안 해
입력 2017-04-24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