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황당한 공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허경영 전 민주공화당 총재(67)가 자살하려는 고등학생의 마음을 자신이 돌렸다며 '일화'를 공개했다.
허 전 총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고등학생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올렸다. 이 학생은 “평범한 고교생인데 삶의 낙이없다. 하루 종일 공부해도 성적은 바닥이고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살아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허 전 총재가 “곧 연락드리겠다”고 답하자 늦은 밤 한강에서 찍은 사진이 도착했다고 한다. 학생은 “한강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이에 허 전 총재는 장문의 메시지로 학생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자신 역시 힘든 시기가 있었으며 고교 시절은 인생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라는 내용이었다. 허 전 총재는 “분명 학생에겐 공부가 아닌 다른 특기가 있을 것”이라며 “학생은 부모님에게 제일 소중한 존재일 겁니다. 부디 한번 더 생각해줘요 친구”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은 다시 한강 사진을 보내며 “이미 한강 앞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허 전 총재 특유의 '황당함'이 발휘됐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확대한 사진을 학생에게 보내며 “잠시 제 눈을 바라봐주실래요?”라고 썼다. 허경영의 노래 ‘콜 미(call me)’ 가사인 ‘내 눈을 바라봐’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허 전 총재는 “이제 학생은 에너지가 생겼을 것”이라면서 “허경영을 믿고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달라. 기필코 좋은 세상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도 했다.
허 전 총재의 '엉뚱한 위로(?)'에 학생은 결국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학생은 “한 번 믿어 보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게시물은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4000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확산됐다. 대다수는 “웃으면 안되지만 웃기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 전 총재는 15대, 17대 대선에 출마하며 허무맹랑한 공약과 기행으로 주목받았다. 19대 대선에도 출마를 공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을 약속했다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아 출마 자격을 상실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서 네티즌들과 ‘끝말잇기’를 하는 등 SNS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