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송민순이 노무현 대통령에 보낸 편지, 사실상 항명이었다"

입력 2017-04-24 10:22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에 대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교육감은 "북한인권결의안 찬성을 주장했던 송 장관이 당시 기권 결정이 내려지자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었다"며 "그건 장관이 해설 안 될 항명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인권결의안에 기권키로 결정됐고 대통령도 그렇게 하자고 말한 터였다. 그런데 그날 밤 송 장관이 긴 편지를 대통령께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거는 항명이다. 장관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장관들이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결정을 했고 그 다음 날 대통령 모시고 외교안보조정회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사안인데, 또 얘기하는 것은 사실상 항명"이라고 했다.

이미 두 차례 논의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것을 장관이 다시 뒤집으려 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18일에 다시 열린 회의는 송 장관 편지 때문에 다시 논의하려던 게 아니라 그런 편지를 보낸 송 장관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 유엔에 가서 결의안에 투표하는 건 송 장관의 권한이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또 "처음부터 이 문제로 격론 벌어진 건 송민순 장관 때문이었다. 송 장관이 일본에서 '우리는 결의안에 찬성한다'고 일방적으로 브리핑하고 돌아와 15일 보고했는데, 김만복 국정원장과 격론이 벌어졌다"며 "김 원장은 '우리가 합의하고 해야 하는 전략적 얘기를 왜 당신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돌아왔느냐' 따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당시 수첩에 '확실하게 기권하는 것으로 대통령께서 마지막 확인을 하셨다'고만 간략히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정 교육감 주요 워딩

- 김현정> 우선 송 장관이 제시한 청와대 문건 그리고 자필 메모 이거에 대해서는 진위를 의심하시는 건 아니죠?

◆ 이재정> 자필 메모야 송 장관이 썼으니까 그건 송 장관의 의도가 담긴 거 아니겠습니까? 그거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자필 메모는 본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또 하나는 청와대 문건이라고 밝힌 거는 저는 정말 이것이 정말 청와대 문건이라면 공개할 수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청와대가 그 당시 북한의 반응을 받아 적어서 쭉 정리한 문건 보면 청와대 마크도 달려 있고 그래요.

◆ 이재정> 네, 그렇기 때문에 그거는 정말로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거겠죠. 저는 작년에 발표된 자서전까지도 정말 남북 관계가 예민한 건데 직접 남북관계 담당자도 아닌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 쪽에 전혀 아무 의견도 묻지 않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서전에 쓴 것도 정말 국익에 맞는 거냐, 저는 그런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요.

- 김현정> 또 왜 끄집어냈을까? 2차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이 질문을 받고 송민순 장관이 잘못 적었다. 즉 거짓말했다는 식으로 하니까 아마 송 장관이 그것 때문에 또 말씀을 하신 것 같기는 합니다.

◆ 이재정> 아니, 그런데 이게 남북관계에 있어서 UN의 북한인권결의안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 관리를 위해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입장을 달리 할 수가 있어요. 예를 들자면 2006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그건 기필코 찬성으로 갔던 겁니다. 북한에 응징이 필요하다는 거였죠. 2007년은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다음 아니에요. 남북관계가 호전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찬성을 한다고 하면 그야말로 회의 잘하고 와서 정말 뭐 물바가지 던지는 셈 아니겠습니까?

- 김현정> 물바가지 던지는 셈?

◆ 이재정> 그러니까 이것은 적절치 않은 거죠. 그래서 처음부터 이것을 격론이 벌어진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아요. 당시 송민순 전 장관이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일방적으로 우리는 찬성을 한다 이렇게 발표하고 돌아와서 외교안보조정회의가 열렸던 2007년 그러니까 2007년 11월 15일에 이걸 보고를 합니다, 회의에. 그러니까 그때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아니, 이거는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우리가 합의하고 해야 될 전략적 얘기 아니냐. 그런데 왜 당신이 일방적으로 그걸 발표하고 돌아왔느냐. 이것 때문에 격론이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 김현정> 그러면 정리를 다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16일날 기권으로 완전히 결정이 됐다라는 기억이 이재정 장관님의 기억이기도 하고 문재인 당시 실장도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거죠. 기권이 이미 결정이 됐는데 뭘 물어봤겠느냐?

◆ 이재정> 그건 지금 비서관이 적은 기록물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 거예요. 확실하게. 마지막 결론까지도. 그리고 이 문제는요, 원래 15일날 회의에 결정이 난 거고요.

- 김현정> 그런데 송 전 장관 측에서는 뭐라고 얘기했냐면 16일날 기권으로 하자고 결론이 났더라도 내가 심하게 반대를 했기 때문에 회의가 또 열렸던 거고 그렇게 되자 문재인 실장이 물어보고 그럼 결정을 하자 이렇게 얘기가 흘러갔다는 거거든요.

◆ 이재정>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15일날 외교안보조정회의에서 결정이 났는데 소수의견으로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걸 송민순 전 장관이 찬성을 해야 된다 하는 걸로 얘기가 나와서 기권 다수, 소수의견 찬성 이렇게 해서 대통령께 보고를 한 거죠. 보고를 하니까 대통령님은 원래 여기에 참석을 안 하세요, 이 회의에는. 그래서 이 회의에 이렇게 의견이 갈려 있으니까 다시 논의를 하기 위해서 청와대로 부르신 거죠. 저는 제 문제였기 때문에 저는 원래 반대를 하다가 반대해야 된다 그 입장이었다가 결국 기권이 다수이기 때문에 기권으로 간 거죠. 그래서 저는 그날 회의에 아주 송 장관과 저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었어요, 이 문제 가지고.

- 김현정> 탁자를 치고 싸울 정도로 격론이 벌어졌다는 게 사실인가요?

◆ 이재정> 그렇지는 않았어요. 대통령 앞에서 탁자를 칠 정도는 아니었고요.

- 김현정> 그러면 결정이 그날 났지만 송 장관이 그 뒤로도 계속 거세게 반발을 해서 또 18일 회의가 열리고 최종 결정을 안 난 거였다라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재정> 아니요. 16일날 최종 결정이 난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18일에 회의는 왜 또 열렸습니까?

◆ 이재정> 정리하자고 한 거죠. 했는데 그날 밤에 송 장관이 긴 편지를 대통령께 보냅니다.

- 김현정> 친서를 보냈다.

◆ 이재정> 네, 그런데 저는 이거는 항명입니다. 장관이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장관이 외교안보 조정회의에서 결정을 했고 그 다음 날 대통령을 모시고 외교안보 조정회의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서 논의를 하고 최종적으로 이거는 이렇게 결론 냅니다, 대통령이 말씀하셨고. 그런데 또 얘기하는 건 결국 이것은 말이죠, 항명입니다. 장관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죠.

- 김현정> 장관으로서는 또 어떻게 보면 진정성에서 우러나서 나라를 위해서 나는 보냈다고 송 전 장관은 말씀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보냈습니다. 그다음에...

◆ 이재정> 진정성이라고 하는 것이 남북 관계가 어떻게 가야 되느냐 하는 것이죠. 이걸 찬성을 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그르친다고 하면 그건 잘못된 일 아니겠습니까? 이미 두 차례 논의를 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 것을 장관이 다시 뒤집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결정은 이미 났는데.

◆ 이재정> 그래서 사실은 18일날 회의를 열렸다고 하는데 저는 그 친서 때문에 무슨 18일날 회의가 열렸다고 생각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 문제는 공식으로 다시 다룰 문제가 아니고 이런 문제를 다시 검토하기 위해서 회의가 소집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제 기억으로는 송 장관을 다독이고 국제사회에 관계된 일이고 실제 UN결의안에 가서 투표하는 건 송 장관의 권한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다독이기 위한 회의였다, 이미 결정됐는데.

◆ 이재정> 그렇죠. 서로 설명하고 다시 정리하기 위한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반응 문건을 노무현 대통령이 송 장관에게 직접 보여줬다는 거거든요. 그것도 다독이기 위해서 배려?

◆ 이재정> 어떤 경우든 간에 우리 한국 정부에서 결정을 지으면 대개 북한에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여러 통로로 밝혀요. 국정원은 언제나 그걸 항상 그런 자료들을 다 수집하고 정보를 모으도록 돼 있고 그런 정보는 통일부하고도 필요한 경우 같이 공유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기권한다, 이런 발표를 했을 때 북한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공식적으로 공식적인 게 20일 최종 결정이라는 거지 이미 결정은 16일이었다?

◆ 이재정> 이미 결정은 된 겁니다. 저는 16일날 결정이 확실하게 났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