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갑철수' 'MB아바타'는 최악의 질문"… 엇갈린 토론회 관전평

입력 2017-04-24 09:55 수정 2017-04-24 14:56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던진 ‘갑철수’ ‘MB아바타’ 질문이 화제를 낳고 있다. 토론회 당일 뿐아니라 다음날인 24일에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TV토론을 지켜 본 네티즌들 관전평의 주요 소재가 됐다.


23일 열린 '제3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1부 외교·안보 분야 토론이 진행되던 도중 돌연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문 후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문 후보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안 후보는 문건을 적은 손팻말을 꺼내 보이며 “이것이 민주당의 네거티브 문건이다. 네거티브 비방을 한 문건으로 지역위원장에게 배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어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을 함께 거론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열어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내일 상임위를 열겠다고 약속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주제에서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는 2부에서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을 논의하던 중 또다시 격돌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냐”고 쏘아붙였다. 갑작스러운 일격이었으나 문 후보는 곧 “항간에 그런 말도 있다”고 되받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재차 “문 후보 생각을 묻는다. 제가 MB 아바타냐”고 물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문 후보는 “그게 제 생각이다. 떠도는 얘기로 질문을 하니 제가 달리 답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단일화 당시 독대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2012년 때도 그랬다"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독대한 적이 있다. '지금 민주당에서 저를 MB 아바타라고 소문을 내는데 그걸 막아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는데 그게 5년 후에도 돌아다닌다"고 털어놨다.

이에 문 후보는 “본인이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해명하라. 사모님 관련 의혹도 상임위를 열고 싶으면 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에게 “저 문재인 보고 정치하지 말고 국민을 보고 정치하라”고 했다. 안 후보가 아랑곳 않고 “MB 아바타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는 것이냐”고 재차 캐묻자 문 후보는 허탈하게 웃으며 “(MB 아바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끈질기게 문재 후보에게 질문을 이어가자, 이를 바라보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둘이 토론하는 걸 보니 초등학생 감정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네"라며 촌평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누가 준비했는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으로 최악의 질문이다"라며 "문재인의 부인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청자의 기억에는 'MB아바타' '갑철수'란 단어만 남게 된다"고 꼬집었다.


24일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자기 지지자들 기세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상대방은 해명해야 한다. '나는 OO다'라고 주장해도 모자랄 시간에 '나는 OO가 아니다'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안철수 후보는 스스로 '나는 OO가 아니다'라는 전략으로 나섰다. 물론 문재인 후보가 부당하게 자신에게 네거티브를 한다는 걸 전하려 한 것이지만 코끼리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난다"며 토론지원팀 바꿔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TV토론 종료 직후 논평을 내고 "질문에 명확히 답하고 의혹에 당당하게 대처하는 안철수 후보의 2시간이 돋보였다"라고 자평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