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East Sea)'냐 일본해(Sea of Japan)냐.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외교 전면전이 시작됐다. 24일부터 유럽 모나코에서는 국제수로기구(IHO) 제19차 총회가 열린다. 5년마다 열리는 회의에서 IHO의 국제표준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 문제가 논의된다. 개정판에 '동해'라고 쓸 거냐 일본해라고 쓸 거냐를 놓고 한·일 양국이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S-23은 해도를 발간할 때 적용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1953년 마지막 개정(3판)이 이뤄진 터라 시급히 개정돼야 하지만 한·일 간의 동해 표기 공방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개정판을 내지 못해 왔다.
우리는 '동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일본해'를 주장하는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일본해를 병기하자는 주장이고, 일본은 S-23 개정 여부를 떠나 기존대로 '일본해' 단독 표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1997년 총회에서 '일본해' 표기에 처음 문제를 제기한 뒤 2002년, 2007년, 2012년 등 5년마다 개최돼온 IHO 총회에서 줄기차게 동해 병기를 주장해 왔다. 이번이 5번째 'IHO 외교전'인 셈이다.
정부는 이번 총회에 외교부, 해양수산부, 국방부(해군), 국립해양조사원, 동북아역사재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30여명 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물밑 외교전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일찌감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준비해 왔다.
하지만 동해 표기 문제는 다음 총회로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IHO 총회 의결 정족수는 재석 과반 찬성인데, 회원국들이 대부분 외교적 입장 때문에 한·일 간 합의를 통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IHO는 전통적으로 표결보다 합의를 중시한다.
정부는 민간 지도 제작사들의 동해 표기 비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IHO에서도 같은 흐름이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IHO 총회에서의 노력과 함께 주요 지도 제작사들을 상대로 하는 동해 표기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동해가 표기되거나 병기된 지도는 2000년대 초반 2% 수준에 불과했지만, 2009년 28% 수준까지 올라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