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의 대피를 돕다가 숨진 교사를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 수준이 높은 ‘순직군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3월에 이어 두번째다. 반면 똑같이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기간제 교사들은 아직 순직 인정조차 받지 못해 “기간제 교사들도 똑같은 처우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23일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씨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씨의 아내는 2014년 6월 인천보훈지청에 남편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이듬해 2월 자신을 순직군경유족으로 등록해 달라는 건의서도 제출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이씨가 순직군경이 아닌 순직공무원에만 해당한다고 보고 이씨의 아내 역시 순직공무원 유족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처분했다.
재판부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학생들을 구조한 이씨는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군인, 경찰·소방공무원이 담당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사망했다"며 "순직군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2006∼2013년 국가보훈처가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임에도 순직군경으로 인정한 사례 10건도 근거로 들었다.
순직군경은 특별한 제외 대상이 아닌 경우 현충원에 안장되고, 별도의 유족 보상금이 지급된다. 반면 순직공무원은 대통령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현충원에 안장되는 등 처우에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수원지법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4명을 순직군경으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는 '공무원으로서 재난관리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사람'으로 규정해 일반 공무원도 해당할 여지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교사에 대한 예우를 높이는 법원 판결이 늘자 네티즌들은 다시 기간제 교사들을 떠올렸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11명의 교사 가운데 기간제로 근무하던 고(故) 김초원(당시 26세), 이지혜(당시 31세) 교사는 3년이 지나도록 순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초원·이지혜 교사는 참사 당시 빠져나오기 쉬운 5층 객실에 있었지만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구조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순직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14일 “국가가 고용한 기간제교원과 비공무원도 순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법과 제도개선을 인사혁신처장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순직이 본인과 유족에게 경제적 보상 이상의 존엄한 명예로서 가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공무원이 국가에 고용돼 공무수행 중 사망할 경우 순직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전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