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인듯 반성없는… 홍준표 ‘하숙친구 흥분제’ 반성문 뭇매

입력 2017-04-22 11:56 수정 2017-04-22 13:24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왼쪽)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하숙친구 흥분제’ 논란에 대해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평소 대민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페이스북에 반성문을 올리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청년 시절 성범죄 모의를 ‘옛일’ 정도로 여긴 듯 한 홍 후보의 반성문은 논란을 부추기고 말았다.

홍 후보는 22일 오전 7시32분 페이스북에 돼지 흥분제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적었다. 그는 “나이 50세가 됐던 해인 2005년, 어릴 적부터 그때까지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으로 ‘나 돌아가고 싶다’라는 자서전을 쓴 일이 있다. 30여개 반성문 중 18세 대학교 1학년 때 S대생들만 하숙하던 홍릉 하숙집 에피소드를 쓰면서 ‘돼지 발정제(흥분제)’ 이야기를 쓴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책의 내용과 다소 다른 점은 있지만, 그걸 알면서 말리지 않고 묵과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그 당시(자서전을 발간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 반성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자신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보통의 반성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홍 후보는 용서를 구하던 태도에서 돌연 방향을 틀었다.

그는 “45년 전의 잘못이다. 이미 12년 전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일이 있다. 이제 와서 자서전 내용을 재론하는 것을 보니 나에 대해선 검증할 것이 없긴 없나 보다.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적었다. ‘돼지 흥분제’ 논란을 네거티브 공세 정도로 여긴 듯 한 발언이었다. 반성문은 비난 여론만 키우고 말았다. 페이스북에는 “전혀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홍 후보는 2005년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 122쪽에 대학생 시절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하숙집 동료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하려 했다는 사실을 적었다. 하숙집 동료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과 교제할 목적으로 ‘돼지 흥분제’를 요청했고, 홍 후보를 포함한 동료들이 구해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선 홍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 등 바른정당 전‧현직 여성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성폭력 공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홍 후보를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페이스북 반성문을 놓고 정치권의 비판은 이어졌다. 국민의당 김유정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하면 그만인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학생 시절 성범죄 가담 전력을 자랑이라고 자서전에 쓴 홍 후보의 멘탈이 더 가관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이미 자격상실”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