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하숙친구 흥분제’ 논란에 대해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평소 대민 소통창구로 활용하는 페이스북에 반성문을 올리고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청년 시절 성범죄 모의를 ‘옛일’ 정도로 여긴 듯 한 홍 후보의 반성문은 논란을 부추기고 말았다.
홍 후보는 22일 오전 7시32분 페이스북에 돼지 흥분제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적었다. 그는 “나이 50세가 됐던 해인 2005년, 어릴 적부터 그때까지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으로 ‘나 돌아가고 싶다’라는 자서전을 쓴 일이 있다. 30여개 반성문 중 18세 대학교 1학년 때 S대생들만 하숙하던 홍릉 하숙집 에피소드를 쓰면서 ‘돼지 발정제(흥분제)’ 이야기를 쓴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책의 내용과 다소 다른 점은 있지만, 그걸 알면서 말리지 않고 묵과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그 당시(자서전을 발간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 반성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자신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보통의 반성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홍 후보는 용서를 구하던 태도에서 돌연 방향을 틀었다.
그는 “45년 전의 잘못이다. 이미 12년 전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일이 있다. 이제 와서 자서전 내용을 재론하는 것을 보니 나에 대해선 검증할 것이 없긴 없나 보다.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적었다. ‘돼지 흥분제’ 논란을 네거티브 공세 정도로 여긴 듯 한 발언이었다. 반성문은 비난 여론만 키우고 말았다. 페이스북에는 “전혀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홍 후보는 2005년 자전적 에세이집 ‘나 돌아가고 싶다’ 122쪽에 대학생 시절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하숙집 동료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하려 했다는 사실을 적었다. 하숙집 동료 중 한 명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과 교제할 목적으로 ‘돼지 흥분제’를 요청했고, 홍 후보를 포함한 동료들이 구해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선 홍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 등 바른정당 전‧현직 여성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홍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성폭력 공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홍 후보를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페이스북 반성문을 놓고 정치권의 비판은 이어졌다. 국민의당 김유정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고 하면 그만인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학생 시절 성범죄 가담 전력을 자랑이라고 자서전에 쓴 홍 후보의 멘탈이 더 가관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이미 자격상실”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