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체면이… 한반도행 칼빈슨호 전투기 추락

입력 2017-04-22 10:48 수정 2017-04-22 11:08
한미 군사당국이 지난달 14일 한반도 동남쪽 공해상에서 실시한 독수리·키리졸브 연합훈련에서 FA-18 전투기가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갑판을 활보해 이륙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에서 전투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칼빈슨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압박에 따라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21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과 필리핀 만다나오섬 사이 술라웨시해에서 통상적인 훈련을 수행하던 칼빈슨호 선적 FA-18 수퍼호넷 전투기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종사는 착륙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탈출했다. 전투기는 바다로 추락했고, 조종사는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됐다.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칼빈슨호는 미국이 보유한 10척의 니미츠급(만재 배수량 10만t) 항공모함 중 3번째인 1982년 3월 취역해 서태평양을 활보하고 있다. ‘떠다니는 전투기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전력은 막강하다. 길이 333m, 폭 77m으로 축구장 3배 크기다. 만재 배수량 규모는 9만3400t이다.

중소국가의 공군력을 뛰어 넘는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S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등 80여대의 항공기를 선적했다. 추락한 FA-18 슈퍼호넷 전투기 역시 이 항공모함에 탑재됐다. 선체에는 3차원 항공 탐색 레이더, 항공 교통 관제 레이더, 착륙 지원 레이더 등 최신형 레이더 시스템이 장착됐다.

칼빈슨호는 북한 6차 핵실험 정황과 태양절(4월 15일) 열병식을 앞두고 미국이 대북 압박용으로 활용한 항공모함이다.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마치고 싱가포르에 정박했던 지난 9일 호주행 항로를 수정하고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반대 방향으로 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군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강력해지고 있다”며 무력시위를 벌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허풍’ 논란에 휩싸였다. 전투기 추락사고로 다시 체면을 구겼다. 칼빈슨호는 지금은 한반도 해역을 향해 운항 중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