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서울 불바다" 위협에 첫 등장…'주적' 변천사

입력 2017-04-20 15:50

국방부는 현재 ‘주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발간된 2016년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주적’ 표현은 19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가 담겼다. 그 전까지 북한은 ‘적’으로 표현됐다. 

'주적'은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특사교환 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자 등장한 표현이다. 당시 박 대표는 “서울이 여기서 멀지 않다.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위협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2000년 국방백서에도 ‘주적’ 표현이 등장한다. 북한은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빼라"고 주장하며 2차 국방장관회담을 무산시켰다. 이 때문에 한동안 국방백서가 발간되지 못했다. 대신 ‘국방 주요 자료집’이나 ‘국방정책’ 등으로 발간됐다.

노무현정부 들어 2004년 ‘주적’ 표현을 뺀 ‘2004년 국방백서’가 발간됐다. 이 백서에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 전방 배치 등 직접적 군사위협’이란 문구로 표현됐다. '주적'이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2006년 국방백서에서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2008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으로 다시 바뀌었다.

이명박정부 들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잇따르자 ‘주적’ 표현을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반대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2010년 국방백서’에 ‘주적’ 대신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기한 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