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무도 앉지 않았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 도전한 주요 정당 후보 5명은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스탠딩 방식의 TV토론에서 2시간 내내 자신의 테이블을 지켰다. 토론을 주최한 KBS가 토론장에 의자를 준비했지만 그곳으로 다가간 후보는 없었다. 다만 후보들 모두 꼿꼿이 선 채로 토론하면서 ‘스탠딩 토론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19일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2차 TV토론에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KBS는 지금까지 국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전례가 없었던 스탠딩 방식을 도입했다. 토론장 한쪽에는 의자를 마련했다. 후보들은 본인의 발언 순서가 아닐 때 이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의자에 앉은 후보는 단 1명도 없었다.
스탠딩 토론은 보통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목적으로 활용된다. 토론자의 표정과 손짓부터 걸음걸이까지 하나하나의 동작이 현장의 청중, 또는 카메라 너머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좋은 동작 하나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후보 5명 역시 지정된 테이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후보들은 모두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대선후보 토론회 사상 처음 도입된 스탠딩 방식의 방송은 2시간 내내 정지화면 같은 장면만 유권자들의 안방으로 송출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스탠딩 토론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선 “의자 뺏기 눈치게임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됐다. 문 후보는 토론을 마치고 만난 기자들에게 “스탠딩 토론이면 자유롭게 움직이고, 왔다 갔다 해야 의미가 있지만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문답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체력장 같았다. 2시간 내내 세워놓아 무릎이 아프다”며 “꼼짝 못하고 서있으니 이건 좀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심 후보는 “5명이 스탠딩 토론을 하기엔 숫자가 많은 것 같다. 본인의 자리에 고정적으로 서서 하니 앉아서 하는 것과 차이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안 후보는 “처음 시도하는 형식 아닌가.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평했다. 유 후보는 “토론 방식이 중요하겠는가”라며 스탠딩 토론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