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소망이’ 다운증후군 김혜나양 이야기

입력 2017-04-19 17:28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소아치료센터 음악치료실.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세살배기 혜나가 실로폰 앞에서 고개를 흔들며 웃고 있었다. 실로폰 채를 입에 넣으려하는 혜나에게 선생님이 똑같이 채를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안 된다고 손가락을 가로저어 보이자 두 눈을 크게 뜨며 끄덕였다. 작은 창문 너머로 딸을 바라보던 엄마 김윤정(35)씨는 “우리 혜나 정말 많이 나아지고 있어요. 지금이 더 좋아질 수 있는 ‘골든타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3년 전 엄마 배 속에 있던 혜나에게서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신호가 왔다. 초음파 검사 결과 목둘레가 평균보다 두껍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병원에선 양수 검사를 해보라고 권했지만 엄마는 거절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인데 설사 장애가 있더라도 낳아서 키워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모질게 마음먹고 검사를 하려 했어도 아마 못했을 거예요.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서 50만원이나 되는 검사비를 감당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혜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갑작스레 부도를 맞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2014년 5월 태어났다. 유독 젖을 잘 빨지 못하는 혜나는 두 차례에 걸친 염색체검사 후 다운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처음엔 세상이 멈춰버린 것 같았어요. 학창시절 생물책에서나 봤던 병명을 내 아기에게 붙여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죠. 집안도 망했지 아이는 아프지…. 100일 동안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도 잘 나질 않아요.”

불현듯 태중에 있던 시절 기도제목들이 떠올랐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도록 키워야지.’ 엄마는 치료를 위해 100일 된 혜나를 안고 하루도 빠짐없이 버스정류장으로 나섰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왕복 3시간이 걸리는 고생길이었지만 혜나를 위해선 못할 게 없었다. 김씨는 “거리를 오가면서, 버스 안에서, 치료와 치료 사이 쉬는 시간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며 버텼다”고 회상했다.

엄마의 노력에도 혜나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인지능력 신체발달 모두 ‘제자리걸음’ 같았다. 두 돌이 지나서야 처음 이가 난 혜나는 아직도 치아가 다 나질 않았다. 혀 근육이 느슨해 한 끼 식사를 차려도 삼키는 양은 20%가 채 되질 않는다.

“밥을 먹이다보면 턱 아래 음식받이에 떨어진 음식들을 비우고 또 비워야 해서 두 시간이 걸릴 때도 있어요. 밥 한 숟가락 먹고 온전히 삼키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죠.”


현재 혜나네 가정의 수입은 아빠의 월급 180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혜나의 언니까지 여섯 식구가 생활해야 한다. 다운증후군 전문치료, 음악·식사행동·작업치료에 들어가는 비용 150여만원에 대출받은 돈의 이자까지 통장에서 빠져나가면 살림이 막막하기만 하다. 

다운증후군을 완치할 순 없다. 조기치료를 통해 언어·인지능력을 키워 성인이 되기 전까지 독립성을 키우는 게 목표다. 하지만 혜나는 이달 초부터 치료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최근 6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하면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혜나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죠. 그래도 혜나를 ‘복덩이’ ‘소망이’라고 불러주며 기도해주는 가족들이 있어 그 힘으로 이겨내고 있습니다.”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 밀알복지재단)
△정기후원 및 후원문의: 1899-4774

최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