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억원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술 조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문화·체육 재단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없다”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4회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2015년 7월 독대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갤럭시 판매 현황도 질문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뒷받침해줘 감사하다는 말도 들었다. 저는 어정쩡한 상태로 듣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특검은 “독대 당시 문화·체육 재단 설립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느냐”고 캐었지만, 이 부회장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시 재단 얘기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특검은 법정에서 “이 부회장이 진술한 대통령의 발언은 공개된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며 “이런 얘기를 하기 위해 기업 총수가 독대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재판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대국민사과를 하자는 문체부 직원들의 건의에 조 전 장관이 난감한 반응을 보이며 거부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증인으로 출석한 송수근 문체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우상일 당시 문체부 국장이 ‘블랙리스트를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조 전 장관에게 건의했다”며 “그 말을 들은 조 전 장관이 난감해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