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슨호, "한반도행" 발표 때 정반대 인도양 가고 있었다

입력 2017-04-19 12:01 수정 2017-04-19 13:56
미국 해군이 15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칼빈슨호 항해 모습.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을 지나고 있다. 웹사이트 캡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한반도로 간다"는 미국 측 발표 이후에도 기수를 돌리지 않고 정반대 방향인 인도양을 향해 항해를 계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반도행' 발표 후 열흘이 지난 지금에야 항로를 바꾼 터여서, 당초 지난 주말이면 도착하리던 동해에 다음주 중반은 돼야 올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미 해군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칼빈슨호 사진을 통해 밝혀졌다. 사진 속 칼빈슨호는 '한반도행' 발표 후 꼭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 여전히 인도네시아 순다 해협에서 남쪽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이 사진을 분석해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의 칼빈슨호 관련 발표가 사실과 달랐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펜타곤에 의존해 칼빈슨호 전개 계획을 언급했고, 펜타곤은 태평양사령부와 조율하며 일정을 밝히는 과정에서 '일련의 작은 결함'이 이어져 실제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지난 8일 칼빈슨호가 싱가포르에서 호주로 이동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서태평양으로 출동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기 위해 한반도 해역에 전개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맹폭과 맞물려 대북 무력압박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이 발표대로라면 1주일 뒤인 지난 15일쯤 동해에 왔어야 한다. 하지만 미 해군이 15일 촬영해 공개한 칼빈슨호 사진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해역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한반도와 정반대 방향인 인도양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에 우리 군 소식통은 1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칼빈슨호는 최근 며칠간 인도양에서 호주군과 연합훈련을 진행했다"며 "훈련은 종료됐으며 이제 한반도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빈슨호가 25~28일 동해로 진입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 칼빈슨호와 함께 한반도로 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던 미 항공모함 니미츠호는 곧 중동 해역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니미츠호가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것이란 소식은 지난 15일 대만 중앙통신이 일본 언론매체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퍼져나갔다.

중앙통신은 미국 해군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미국 제7함대가 태평양 해역에서 칼빈슨 항공모함 외에도 니미츠호 항모도 항행 중이라고 전했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