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부처… 오늘 '스탠딩토론' 4대 관전포인트

입력 2017-04-19 10:46

19일 밤 10시부터 KBS 본관에서 대선후보 2차 TV토론이 열린다. 사상 처음 '스탠딩 토론' 방식이 적용됐다. 질문·답변 순서와 시간을 촘촘히 정해놓고 '콘티'에 따라 진행하던 기존 TV토론과 완전히 다르다. 그 차이는 대략 6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대본·원고가 없다.

② 사회자는 말이 없다.

③ 내내 서 있어야 한다.

④ 두루뭉술 동문서답은 통하기 어렵다.

⑤ 손짓 몸짓이 중요하다.

⑥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면 금방 들통 난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시종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을 벌였다. 한 사람이 어떤 주제를 꺼내면 상대방이 자기 논리로 받아치고 역공에 나서는 난상토론을 2시간 가까이 계속했다. 

무대에서 클린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큰 덩치로 위협하듯 말을 쏟아낸 트럼프에게 "먹이를 사냥하는 사자 같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식 스탠딩 토론은 그만큼 자유로운 여건에서 진행돼 후보의 특성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스탠딩 방식의 2차 TV토론은 120분간 진행된다. 발언하지 않는 후보들이 쉴 수 있도록 보조의자가 제공되지만, 거기에 앉으려는 후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탠딩 방식을 놓고 '건강 논란'까지 불거진 터라 다들 내내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은 메모지와 필기구만을 지참한 채 토론에 임한다. 30초씩 인사말을 하고, 교육·경제·사회·문화 분야 공통질문에 1분씩 답변한 뒤에는 난상토론에 돌입한다. 5명이 벌이는 다자 토론이어서 트럼프와 클린턴의 양자 토론만큼 집중도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기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유리하다. 

관전포인트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⑴ 외웠나, 생각했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TV토론을 가급적 피하려 해 상대 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공식적인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낸 박 후보는 시종 준비해온 답변으로 일관했다. 문재인 후보와 질문·답변을 주고받을 때 '동문서답'에 가까운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토론회, 기자회견, 인터뷰 등에서 동문서답이 나오는 것은 준비한 답변, 외워온 답변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누가 써준 말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말할 수 있어야 지도자 자격이 있다는 뜻이었다.

대본과 원고 없이 메모지와 필기구만 갖고 임하는 스탠딩 토론은 "저 후보가 '자기 말'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⑵ 어떤 주제 꺼내드나

공통 질문 외에는 정해진 주제가 없다. 각 후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꺼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다른 후보의 생각을 공격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선택'은 철학을 담고 있다. 후보가 토론 무대에 올려놓는 이슈를 통해 그가 구상하고 있는 국정운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경제, 안보, 개혁 등 큰 틀의 이슈보다 그 범주 안에서 각 후보가 언급하는 미시적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 난상토론이라지만 다섯 후보가 공격과 방어를 거듭하는 공간에서 제한된 시간에 정책을 충분히 어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도 후보가 언급하는 정책이라면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⑶ 네거티브의 품격

조금 잦아드는 듯하긴 하지만 지금 대선 국면은 '네거티브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과 이를 저지하려는 문재인 후보 측의 반격은 지난 1~2주를 네거티브 싸움판으로 만들었다. 19일 스탠딩 토론회도 네거티브 설전을 피하긴 불가능하다. 문-안 후보의 가족 논란부터 선거운동 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말실수를 놓고 티격태격 할 것이다.

네거티브에도 품격이 있다. 공격하는 측이나 방어하는 측이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을 때 진흙탕이 펼쳐진다. 기존 TV토론에선 사회자의 역할이 매우 컸다. 진흙탕이 되는 것을 막고자 후보 발언에 개입하거나 시간 제한을 철저히 운용해 토론의 방향을 통제했다. 

스탠딩 토론은 그런 사회자의 개입이 최소화된다. 난상토론의 상당 부분은 네거티브 공격과 방어로 채워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막후에서 여론을 향해 툭툭 던지던 이야기를 후보들은 TV 카메라 앞에서 하게 된다. 세 번째 관전포인트는 각 후보가 이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⑷ 소통의 기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소통 부족'이란 비판을 받았다. 일방통행식 기자회견, 받아쓰기 국무회의 등을 통해 제왕적 지도자란 오명은 더 굳어졌다. TV토론은 경쟁 후보와 대화하는 자리지만, 동시에 유권자와 소통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사전에 틀이 정해진 토론회에선 후보가 시청자, 곧 유권자를 배려할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토론은 말뿐 아니라 손짓과 몸짓, 무대 위에서 보이는 동선까지 후보에게 달려 있다. 어떤 제스처와 어떤 시선 처리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지 관찰하면 그가 갖고 있는 '소통 본능'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