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전인권이 공개석상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며 칭찬하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그를 향해 "적폐세력"이란 비판을 쏟아냈다. 전인권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전인권은 18일 공연 홍보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완벽주의자들은 암 수술을 하고 나오자마자 간호사의 명찰이 비뚤어진 걸 신경 썼다고 한다"며 "안철수란 사람도 잡스처럼 완벽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며 "그런 (완벽증을 가진) 사람들은 얘기가 안 통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대충 넘어가면 발전하지 못하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또 "요즘 안씨 성을 가진 사람이 좋다. 이번 콘서트 게스트도 SBS 'K팝스타 5' 준우승자인 안예은"이라고 밝혔다.
어떤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깨끗하고 남의 말 많이 안 하고 소신 있는 지도자라면 (사람들이) 좋은 면을 닮아가게 돼 있다. TV 토론회를 보는데 머리 쓰는 사람이 보이더라. 재미가 없다. 깨끗하게 소신을 이야기하는 이가 좋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에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과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적폐 세력 전인권의 공연 예매를 취소하겠다'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나' 등의 글을 올리며 반발했고, 안 후보 지지자들은 '전인권의 소신을 지지한다' '전인권의 반골 기질이 안철수와 통했다' 등의 평을 내놓았다.
논란이 일자 전씨의 공연 기획사 측은 "전씨가 안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전해왔다"며 "평소 자기 생각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인권은 대선 직전인 5월 6~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전인권은 지난해 9월 안철수 후보를 만났다. 당시 전인권은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사전행사인 ‘다큐&뮤직콘서트’ 무대에 섰고, 안 후보는 이 행사에 참석해 객석에 앉아 있었다.
안 후보는 콘서트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 “전인권씨가 무대 아래의 저를 소개하며 ‘걱정말아요 그대’를 불러주셨는데, 그 어떤 때보다 큰 울림을 받았다”고 글을 올렸다. “정치가 우리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씀 가슴 깊이 새기겠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콘서트가 열린 날은 안 후보가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뛰어든 지 4년이 되는 때였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던 까닭인지, 안 후보는 전인권의 노래를 듣다가 울컥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동행했던 김경록 당시 국민의당 대변인은 전인권이 공연 도중 “제가 좋아하는 정치인”이라며 객석의 안 후보를 관객들에게 소개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분의 마음이 요즘 이럴 것 같다”면서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노래를 듣던 안 후보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안 후보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무대 전까지 안 후보와 전인권은 행사장에서 한 차례 마주쳤을 뿐 특별한 친분은 없었다고 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