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손석희 JTBC 앵커 겸 사장을 교체하라는 박근혜정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6일 유튜브에 공개된 인터뷰 형식의 대담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2분 분량의 영상에서 홍 전 회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기폭제가 됐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의 심경, 그 이전부터 있었던 박근혜정부의 압력을 털어놨다. 영상을 공개한 유튜브 이용자는 홍 전 회장 주변 인물로 추정된다. 이 이용자의 채널은 지난달 24일부터 홍 전 회장과 관련한 영상 12건을 올렸다. 최초 게시 시점은 홍 전 회장이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던 같은 달 18일로부터 6일 뒤다.
홍 전 회장은 “태블릿PC 보도 이후 정권이 약해졌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 다만 보수층의 비난이 있었다”며 “태극기집회에서 태블릿PC 보도의 조작설을 주장하며 나와 내 아들, 손 사장의 이름을 거명해 규탄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밝히는 것”이라며 탄핵정국 이전에 받았던 외압을 폭로했다. 그는 “내가 받았던 구체적 외압이 5~6차례 있었다. 그 전에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있었다”며 “(대통령의 외압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회장은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또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치르면서 위협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외압을 받아 앵커를 교체한다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고,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정국 이전부터 손 앵커에게 ‘미운털’을 박고 경영진에 교체를 압박했다는 것이 홍 전 회장의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하면서 손 앵커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일보와 JTBC를 총괄하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하면서 주고받은 대화의 절반은 손 앵커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