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자가 수령한 보험금 등 15억원 상당의 재산을 친척이 아닌 은행이 관리하도록 법원이 결정했다. 재산을 둘러싼 친척 간 갈등을 방지하고 미성년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재산이 안전하게 남아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4단독 이진영 판사는 세월호 유가족 A양(8)의 고모 B씨가 낸 “A양에게 지급된 보상금·보험금 등을 A양이 만 30세가 될 때까지 은행에 신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A양은 참사 이후 보상금과 국민 성금, 보험금 등으로 모두 15억원을 받았다. 임시 후견인으로 이 돈을 대신 관리하던 B씨는 “은행과 금전 신탁 계약을 맺게 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계약에 따르면 은행은 A양이 만 30세가 되는 2039년까지 매월 250만원을 A양에게 지급한다. A양은 만 25세가 되면 신탁재산의 절반을, 만 30세가 되면 나머지 신탁재산을 모두 받게 된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교통사고나 범죄 등으로 부모를 잃은 미성년 자녀의 재산을 금융기관에 맡겨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 등을 통해 따로 미성년자의 법정후견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과거에는 가장 가까운 친척 중 최연장자가 자동으로 후견인이 됐다. 후견인으로서 적합한 지 여부는 따지지 않아 친척이 유산 등을 가로채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벌어졌다.
2013년 7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미성년자의 후견인은 가정법원이 선임하고 있다. A양 경우도 법원이 고모인 B씨를 임시 후견인으로 지정했고, A양의 재산도 법원이 관리·감독해 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