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의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이 백지화됐다. 해고 위기에 놓였던 아파트 경비원 283명은 일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올림픽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월 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진행했다. 3월에 주민 찬반 투표를 실시하려다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쳤다. '비용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무인시스템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대집회도 열렸다.
올림픽아파트는 122개동에 5540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다. 고용돼 있는 경비인력도 많다. 이런 대단지에 무인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뜻이자,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송파구가 나섰다. 경비업무는 주민 과반수가 찬성하면 자율적으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송파구는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와 주민 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직접 개입했다. 구청장과 간부들이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고 수차례 토론회가 열렸다.
그 과정에서 주민 찬반 투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주민들의 자발적인 토론회 등을 거쳐 공식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인 4월 10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백지화를 의결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사람보다 효용이 강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사람과 효용이란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이번 사례처럼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동주택 용역계약 체결 시에 갑·을 관계를 걷어내고 동행·상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가칭 '행복용역계약서 표준안(갑→행, 을→복)'을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