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부산 바다 상황, 쓰나미 징조?'
'부산 까마귀떼 출몰, 진짜 지진 전조인가?'
지난해 7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급속히 확산됐다. 영남권에서 지진이 잇따르던 터라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 글들은 큰 관심을 끌었고, 정말 대형 지진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이런 글을 퍼뜨린 이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인터넷 도박사이트 홍보팀의 짓이었다. '지진 전조?' 글에는 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광고가 담겨 있었다.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난립해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용자를 확보하려고 괴담을 만들어 퍼뜨린 것이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8일 까마귀떼, 물고기떼 등의 영상을 인터넷과 SNS에 올리며 부산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괴담을 유포한 인터넷 도박사이트 홍보팀장 김모(25)씨를 국민체육진흥법 및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필리핀의 도박사이트 운영 사무실에서 합숙하던 지난해 7월 이런 온라인 게시물을 작성해 도박사이트 광고를 첨부한 뒤 페이스북 등 SNS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로 불안감이 높아지자 '실시간 부산 바다 상황, 쓰나미 징조?' '부산 까마귀떼 출몰, 진짜 지진 전조인가?' 등의 제목으로 물고기떼가 해안에 떠밀려오거나 까마귀떼가 하늘 가득 날아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유포하면서 도박사이트 광고도 함께 게재했다.
이런 영상은 모두 과거 경북 울진과 울산 등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해 팔로어가 많은 타인의 SNS 계정을 200만~300만원에 구입해 이용하거나 직접 SNS계정을 만들어 다수인과 친구 맺기를 한 뒤 괴담을 유포했다.
최근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난립해 경쟁적으로 운영되면서 사이트 홍보를 통한 회원 유입이 중요해지자 이 도박사이트 업자는 김씨 등을 끌어들여 홍보팀을 운영했다. 이런 수법을 통해 수백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