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낳은 '무역'…中세관 '매머드 상아' 1톤 압수

입력 2017-04-18 04:00

지난 2월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의 루오베이항 세관에서 통관을 기다리던 차량 행렬에 트럭 한 대가 있었다. 세관원이 트럭에 다가가 화물칸 검색을 시작하려 하자 트럭 기사가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하더니 차를 버린 채 달아나버렸다.

이 트럭 화물칸에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비밀공간에 ‘매머드 상아’가 가득 들어 있었다. 무려 1톤 분량. 루오베이항 세관이 압수한 매머드 상아는 100개가 넘는다. 길이가 1.6m나 되는 것도 있다. 옛 코뿔소의 뿔도 37개 압수됐다.

영국 BBC 방송은 이 이례적인 사건을 중국 관영통신을 인용해 최근 보도하며 “모두 러시아에서 밀수하다 적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1만년 전 멸종한 동물의 신체 일부가 이렇게 대량 거래되는 건 지구온난화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중국 헤이룽장성의 루오베이항 세관에 적발된 매머드 상아와 코뿔소 뿔. 사진=China News Service

‘신종무역’이라 불릴 만큼 거래가 활발해진 매머드 상아는 대부분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의 얼음 덮인 땅 속에 묻혀 있던 것이다. 온난화로 북극권 기온이 상승하면서 얼음이 녹아 매머드 상아를 발굴하는 작업이 매우 쉬워졌다.

영국 켄트대학 더글러스 맥밀란 교수는 “북극권 툰드라 지대의 영구 동토층에 약 1000만 마리의 매머드가 묻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코끼리 상아 시장’을 갖고 있는데, 중국에 수입되는 코끼리 상아의 50%는 매머드 상아라는 추정치도 있다.

매머드와 코끼리 상아는 주로 보석 제조용이나 값비싼 장식용으로 사용된다. 고위 관료들에게 건넬 뇌물로 주로 쓰이기에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국제거래 협약(CITES)'에 따라 세계 대다수 국가는 멸종위기종의 거래를 규제한다. 무역이 중지되지 않으면 멸종될 고릴라, 침팬지, 호랑이, 아시아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등의 거래는 금지돼 있다.

그러나 매머드는 이미 오래 전 멸종된 터여서 그 상아의 거래는 CITES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국 세관이 매머드 상아를 압수한 것도 이를 규제하는 협약이나 법률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입신고를 하지 않고 반입하려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진작가 에이모스 채플이 시베리아 삼림에서 촬영한 매머드 상아 발굴 작업 현장.

지구에 살았던 거대 포유류 중 하나인 매머드는 약 1만500년 전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사냥과 환경 변화를 멸종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 사진작가 에이모스 채플은 지난해 여름 3주 동안 시베리아의 삼림에서 매머드 유골을 발굴하는 러시아인들과 함께 생활했다. 날이 따뜻해지는 여름, 특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전보다 훨씬 높게 상승하는 계절에 시베리아는 ‘상아 채취’ 현장이 되곤 한다.

이들은 시베리아 삼림 속에서 매머드의 상아를 발굴하기 위해 굴착기까지 동원, 땅을 파헤친다. 불법 채굴이기에 경찰과 환경단체의 감시를 피해 눈에 잘 띄지 않고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서 살인적인 모기떼와 싸우며 작업에 매달린다.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감수하는 것은 매머드 상아가 암시장에서 대단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30㎏짜리 상아 하나에 3만4000달러(약 3800만원) 정도 받는다. 성과가 좋으면 주당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가량 벌 수도 있다고 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