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證道歌字)’ 논란이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증도가자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는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은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임을 인정하면서도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없다고 결정했다”며 “문화재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입장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도가자는 고려 시대인 1232년 이전 개성에서 간행된 고려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제758호, 이하 ‘증도가’)를 인쇄하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이다.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인정되면 1377년 간행된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게 된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13일 증도가자에 대한 분석 결과 고려시대 활자일 가능성은 있지만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종춘 대표는 “증도가자가 보물로 지정되지 않도록 문화재청을 압박한 세력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이 제기한 출처 문제에 대해서는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반박 기자회견에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반박 자료를 공개했다. 2010년 증도가자의 실체를 처음 밝힌 남 교수는 문화재청이 밝힌 주조 방법, 서체 비교, 조판, 입수 경위 등 크게 4가지 문제점에 대해 일일이 반박했다. 김 대표 등은 “문화재청이 문화재 심의 과정에서 적절한 행정절차를 거쳤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추가 재심 요청은 좀 더 상의해서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증도가자 논란 초기 시사방송에 출연해 증도가자를 가짜로 주장했던 고미술상 정찬경 씨의 양심선언도 이어졌다. 정 씨는 “증도가자를 가짜라고 한 것은 음해세력이 시켜서였다”면서 “증도가자가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고 농단을 당한 것이 내 책임이라는 죄책감이 들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증도가 활자를 김 대표보다도 먼저 접했다”며 “증도가자는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씨는 명예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음해세력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자필로 작성한 양심고백 진술서를 곧 언론 등에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