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칼럼]배려와 배신

입력 2017-04-17 14:26

인생을 살다 보면 여러 난관에 부딪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주변에는 나를 도와주는 사람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은혜를 입었을 때에는 크나큰 감사를 느끼고, 배신을 당했을 때에는 뼈아픈 쓰라림을 느끼곤 한다.

우리 역사에서 세종대왕의 배려는 아주 유명하다. 세종대왕이 종묘대제를 지낼 때였다. 임금이 종묘사직에 드리는 종묘대제는 무척 중요한 국가 행사다. 

제관이 술잔을 왕에게 전하면 왕이 제사상에 올리게 되는데, 이 중요한 순간 당시 제관이었던 허조가 계단에서 넘어져 술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모두 깜짝 놀라 허조에게 큰 벌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하던 순간, 세종대왕은 허조를 야단치는 대신 “계단이 좁아서 그랬으니 계단을 넓히라”고 지시했다. 

세종대왕의 큰 배려로 허조는 큰 은혜를 입었고, 그 후 충성을 다해 우의정과 좌의정까지 지내며 국가에 큰 공을 세웠다.

절영지연(絶纓之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때 초나라의 장왕이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후 공이 큰 장군들을 초청해 큰 연회를 베풀었다. 그리고 후궁들로 하여금 장군들에게 술을 따르라는 특별 배려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큰 바람이 불어 등불이 모두 꺼졌고, 어둠을 틈타 술에 취한 한 장수가 후궁의 몸을 더듬으며 희롱을 했다. 후궁은 어둠 속에서 장수의 갓끈을 낚아채고는 “갓끈을 잡아 뜯었으니 불을 켜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그러나 장왕은 불을 켜는 대신 어둠 속에서 모두 갓끈을 떼라고 지시했고, 모두가 갓끈을 뗀 후에야 등불을 다시 켜라고 말했다. 장왕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연회를 계속했다. 왕의 큰 배려가 실수한 장군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훗날 다시 전쟁터에 나간 장왕이 목숨이 위태로울 때, 적진을 뚫고 들어와 왕을 구한 장군이 있었다. 그 장군이 바로 후궁을 희롱했다가 목숨을 구한 장군이었다. 왕의 배려는 결국 자신의 목숨도 구한 것이다.

배신에 대한 일화도 있다. 다윗 왕이 어느 여인의 목욕 장면을 보고는 음심을 품고 궁으로 불러들여 그와 동침하니 임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평소 충성스러운 장군이었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였다.

다윗 왕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전장에 나가 있던 우리아를 불러와 밧세바와 동침을 유도했으나, 우리아는 “나의 동료들이 전쟁터에 있는데 어찌 내가 편안하게 쉴 수 있느냐”며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거부하고 다시 전쟁터로 나갔다.

입장이 난처해진 다윗은 또 다른 음모를 꾸몄다. 우리아를 최전방에 내보내고 나머지 군대를 철수하게 만들어 결국 충성스런 장군을 전사시켰다. 부인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충성스런 부하도 살해했다. 

훗날 다윗의 아들 압살론은 다윗을 배반하고 그 후궁들을 모두 겁탈하고는 다윗을 쫓아내 버린다. 그리고 압살론도 아버지를 배반한 죄의 대가로 전투에서 패하여 살해당한다. 배반의 대가는 참으로 크다.

밧세바의 아들 솔로몬도 왕위에 오른 직후에는 하나님께 충성하다가, 나중에는 각종 우상숭배자가 되어 신전을 건축하고 하나님을 배반한다. 

그래서 아들의 대에 이르러 나라가 유다와 이스라엘로 나뉘고 두 나라 모두 앗시리아와 바빌론에 멸망해 유대 민족은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하나님을 배반한 대가는 이토록 가혹하다.

우리나라의 문화와 문명은 하나님이 보낸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선교사들은 의료, 교육, 기술 등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를 놓았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최초의 건국 국회를 기도로 시작한 나라다.

이런 나라의 국회에서 무당굿을 한다고 해 새누리당에 항의한 적이 있다. 그 후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크게 패했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까지 파면당하는 일이 생겼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가 우연이 아닌 필연은 아닐까? 하나님이 축복해 세운 나라인데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십계명은 하나님을 배반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십계명 중 제1계명은 “나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2계명 역시 “우상을 섬기지 말라”다. 배신을 경계한 것이다. 우리 기독교인들이 무심코 점쟁이를 찾아가고 무당을 찾아간다면 질투하시는 하나님의 징계를 과연 피할 수 있을 것인가?

오로지 하나님을 위해 살고, 하나님을 배신하는 우를 범치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