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 검사님이 유도심문을 너무 잘해서…" 진술 뒤집기

입력 2017-04-17 12:40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최순실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 27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04.17.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 최순실(61)씨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그동안 수의를 입고 재판에 나왔던 모습과 달리 사복 차림이었다. 모처럼 긴 시간의 법정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최씨는 “(재소자용) 동복이 덥고 그래서 지금 사복을 입고 나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웅재 부장판사(부장검사를 잘못 말한 듯)님인가, 그 분이 이 사건은 최순실씨 책임이다. 당신이 모든 걸 안고 가고 얘기를 해라, 그런 식으로 말했다. 제가 얘기를 해도 먹히지도 않고 그렇게 꾸며진 조서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이영렬 부장(검사)님이 저를 불러서 수사에 협조해라, 계속 부인만 하면 형량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말했다. 이 분들의 강요로 뇌물로 가는데, 제가 너무 견디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부분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재판부를 향해 발언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박 전 대통령이 어려울 때 항상 옆에서 도와드렸고 그때 위로가 됐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당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어떤 도움을 줬냐"고 캐물었다.

최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준 것까지 설명할 필요 없다"며 "몇십년 세월을 다 얘기할 수 없고 저는 의리와 신의를 지키고 그분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만은 항상 있었다"며 "검찰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공동체 식으로 있지 않았냐고 하는데 그건 생각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박 전 대통령이 최씨를 무한 신뢰했다고 진술했다"는 검찰 질문에 "대통령이 무한신뢰 했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을 언제 만났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는 "언제 어떤 장소까지인지 모르지만 오래 전 대학 때부터 알았다"고 밝혔다.

또 1986년께 육영재단 유치원 원장을 맡은 적 있냐는 검찰 질문에 최씨는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유치원 얘기를 지난번에도 했는데 재직했다면 증거가 있을 것 아니냐. 의혹제기 하지말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 정계입문을 도와준 적 있냐"고 하자, 최씨는 "도와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는 "(자신은) 옆에서 지켜본 적은 있지만 직접 나서서 도와준 적 없다"며 "(전 남편인)정윤회씨가 비서인지 모르겠지만 도와준 적 있다"고 밝혔다. 18대 대선 당시 선거운동도 최씨는 "도와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이 정 전 비서관 녹음파일에 근거해 "박 전 대통령과 문화융성 등 핵심 국정기조를 논의했지 않냐"고 지적하자, 최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취임 후 의상 등 사적인 일을 도와주거나 공식 의료진에게 말하기 불편한 부분을 챙겨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의상비 대납과 관련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은 모두 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언제부터 안지는 정확히 기억 안난다. (3인방과) 직접 전화 연락한 사이가 아니다"면서도 "한사람(정호성)과는 (연락을) 가끔 했다"고 밝혔다.

녹음파일에서 정 전 비서관이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른 반면 최씨는 반말 투로 하대했다고 검찰이 지적하자, 최씨는 "하대한 적 없다"며 "(3인방에게 선거운동 아젠다 등 의견을 제시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최씨는 "안종범 전 수석을 전혀 모른다"며 "재판에서 처음 봤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검찰의 피고인 신문 주요 대목.

-검사) 피고인은 대통령을 어떻게 알게 됐나.
=최씨) 언제 어떻게는 모르지만 대학교 때부터 알았습니다.

-검사)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당시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울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나.
=최씨) 몇십년 세월을 다 여기서 얘기할 수 없고요. 저도 의리와 신용을 지키고 그 분을 존경했습니다.

-검사) 대구 달서구 보궐선거 도운 적 있나.
=최씨) 도와준 적은 없습니다. 곁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검사) 대통령과 피고인 전화녹음 들어보면 정호성은 피고인을 선생님이라 하고, 피고인은 약간 하대하는 말투로 대화했다. 평소 정호성을 어떻게 불렀나.
=최씨) 정 비서관이라고 불렀는데요. 하대한 적 없습니다.

-검사) 고영태와 관계의 묻겠다. 고영태를 언제 어떻게 알았나.
=최씨) 날짜는 기억 못합니다. 가방 때문에 알았습니다.

-검사) 고영태는 2012년 말이라고 하는데.
=최씨) 고영태는 고영태 얘기고 제 얘기는 제 얘기고. 저는 정확한 시점은 기억 안 납니다.

-검사) 고영태 진술은 의상실 임대 보증금을 피고인이 대줬다고 하는데.
=최씨) 고영태 진술을 저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고영태 진술에 대해 대답하고 싶지 않습니다.

-검사) 호텔 커피숍, 강남 일대 길거리, 장시호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김종 만난 적 있나
=최씨) 그렇게 자주 만난 적은 없습니다. 장시호가 뭐라고 말했는지 몰라도.

-검사) 자 여기 조서 위에 보세요. 에꼴 페랑디 사업은 어떤 건가요. 이런 질문이 있는데. “뭐 학교에도 한식 코스를 만드는 사업이었습니다”라고 했다가 이걸 “~이라고 들었습니다”라고 고쳤잖아.
=최씨) 아니 ○○○ 검사님이 정말 유도심문을 잘하시고. 뭐 사담을 막하면서 그게 끝난 뒤에 이걸 정리해서 막 자기가 이렇게 적었습니다.

-검사) 장시호는 피고인 집에서 대기업 회장들 개별 면담이 정리된 A4 문건 봤다고 하는데.
=최씨) 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 걔 얘기는 그걸 노트북 밑에다 뒀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고. 그게 기밀사항으로 나가는 사항인데. 저는 그건 검찰에 너무 협조해도 협조를 하고...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