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할퀸 트럼프 자존심… “두고 보라” 분노의 트윗

입력 2017-04-17 10: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뉴시스, 조선중앙TV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중국을 향해 강경 발언들을 쏟아냈다. 자신의 전방위 압박을 무시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자존심이 상한 듯 “미군은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화력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동안 손에서 내려놓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다시 접속한 시간은 백악관이 있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6일 오전 8시18분(한국시간 오후 9시18분)이었다. 그는 지난 6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대북 압박과 관련해 모종의 협의를 이끌어냈다고 믿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실망한 듯 북한보다 중국을 먼저 지목했다.

“북한 문제를 놓고 우리와 협력하는 중국을 내가 왜 ‘환율 조작국’이라고 부르겠는가.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지켜보라! (Why would I call China a currency manipulator when they are working with us on the North Korean problem? We will see what happens!)”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트윗을 적고 6분 뒤 난데없이 팔로어들에게 부활절 인사를 건넸고, 다시 33분 뒤 ‘납세의 날’(4월 15일)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진 ‘반(反)트럼프 시위’를 의식한 듯 대통령 당선의 당위성과 납세정책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을 꽉 채운 사안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한 발언만으로 성이 차지 않은 듯 다시 30여분 지난 오전 9시41분 북한과 중국에 다시 경고했다. 이번에는 자신이 진두지휘할 수 있는 미군의 화력을 과시했다.

“우리 군(미군)은 화력이 증강하고 있다. 역대 어느 때보다 빠르게 강력해지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Our military is building and is rapidly becoming stronger than ever before. Frankly, we have no choi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실행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 6차 핵실험과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앞두고서였다. 시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을 논의하고,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해 경고하고, 니미츠급 항공모함 2척을 한반도 해역으로 파견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방한 역시 같은 목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전날 오전 함경남도 신포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는 즉시 폭발해 실패했지만, 북한은 이 도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저항 의사를 분명히 했다. 타임라인에 흥분한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미국과 북한의 신경전이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은 정황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 안보총책인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 문제는 곪아 터질 때가 됐다”면서 “모든 선택지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실행할 수 있도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방부 국무부 정보당국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