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도 안팔린 표, 텅 빈 객석… 배우는 공연을 시작했다

입력 2017-04-17 08:13

연기 경력 45년의 중견 배우가 텅 빈 객석을 마주보고 무대에 섰다. 공연 시간이 다 됐지만 관객은 한 명도 오지 않았다. 1시간20분짜리 모노드라마를 준비한 배우의 머뭇거림은 잠시였다. 그는 아무도 보지 않는 연기를 애드립까지 섞어가며 펼쳐냈다.

지난 12일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의 극장에서 1인극을 올린 배우 지오바니 몬지아노(65)는 공연 시간을 앞두고 극장 측으로부터 표가 한 장도 팔리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공연을 하겠다"고 결정했고 무대에 올라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연기했다.

사진출처 Lorenzo Nicolao‏ 트위터

 
몬지아노는 "공연을 강행하기로 한 건 순간적인 결정이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공연은 해야 한다는 저항할 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브로드웨이의 격언이 된 말 "Show must go on!(쇼는 계속돼야 한다)"을 실천에 옮긴 셈이 됐다.

하지만 몬지아노의 공연은 연극계에서 찬반론을 불러일으켰다. “외면받는 문화 현실을 꼬집은 것”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연극인이 있는 반면, “홍보에 불과하다”면서 몬지아노의 공연을 깎아내리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지적에 몬지아노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미 출연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광고할 필요는 없었다”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는) 상징적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 논란에 국내 네티즌은 “배우가 공연하는 걸 왜 비판하는가” “관객이 없으면 무대도, 배우도 무의미하다”며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동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