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결국 기사회생…국민연금, 채무재조정안 찬성 결정

입력 2017-04-17 01:13
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채무조정안에 찬성하기로 17일 최종 결론 내렸다. 이날 열릴 사채권자집회에서도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안이 사실상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의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의 결정을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P-플랜(단기 법정관리) 문턱까지 갔던 대우조선은 다시 한 번 회생 기회를 얻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7일 “채무재조정안을 수용하는 게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찬성 이유를 밝혔다. 지난달 23일 산업은행 등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은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의 채권 50%를 주식으로 바꾸고(출자전환) 나머지는 만기를 유예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우조선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만기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감안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심의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찬성 결정이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이미 결정한 상황에서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은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하면 사채권자들의 출자전환 비율은 90% 이상으로 높아진다는 게 실사 결과다. 채무재조정안에 합의해 상환을 보장받는 게 차라리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막판까지 채무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미루면서 최소 상환 보장 등 산은의 추가 제안도 이끌어냈다.

산업은행 등은 앞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회사채·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게 최소 1000억원 상환은 반드시 보장하겠다는 내용 등의 마지막 이행확약서를 16일 보냈다. 산은의 최종 제안은 4가지였다. 우선 대우조선 회사채 상환을 위해 에스크로 계좌(별도 계좌)를 만든다. 채권 상환기일이 다가오면 원리금 전액을 전월 말에 이 계좌에 넣기로 했다. 계좌 자금은 회사채 상환에만 쓰인다. 

또 대우조선이 별도로 회사 명의 계좌에 1000억원을 넣고 담보로 제공한다. 쉽게 말해 대우조선이 청산돼도 1000억원은 꼭 갚겠다는 뜻이다. 실사에 따르면 대우조선 청산 시 회사채 투자자는 1000억원(전체 투자금액의 6.6%)만 건진다.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 금액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우조선 신규 지원금 2조9000억원 중 안 쓴 돈이 생기면 회사채 상환에 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다음해부터 매년 대우조선을 실사해 회사에 여유가 있으면 회사채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앞서 이 회장과 국민연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13일 저녁 전격 회동 후 “협의점을 찾았다”고 발표했었다. 사실상 채무재조정안이 타결됐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4일 밤늦게 실무진 합의가 불발됐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구체적인 상환 방법을 마련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증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은은 상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완벽한 법적 보증은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다. 산은법에 어긋나고 공평한 손실 부담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최대한의 카드를 얻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시간을 끄는 전략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산은은 최종 제안에서 법적 보증을 제외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16일 밤 늦게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검토에 돌입했다. 17일 자정을 넘겨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이제 대우조선의 운명은 17~18일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사채권자 집회는 총 5번 열리는데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단 한 차례의 집회만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