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한 요구가 많았다. 왜 한국을 이제야 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데 소감이 어떤가?
마틴: 월드 투어를 하면서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다른 방향을 택하는 바람에 길을 잃었다. 그래서 늦었다. 한국에 온 첫 소감은,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다는 것이다. 앞서 공연을 가졌던 마닐라, 타이페이 등과 비교했을 때는 언어, 건축, 음식 등이 모든 것이 다 색다른 것 같다.
-한국에는 떼창 문화가 있다. 특별히 떼창을 기대하는 곡이 있나.
버클랜드: 관객들이 함께 열창해 주는 것이 즐겁긴 하지만 의무 사항은 아니다.
마틴: 그렇다 의무가 아니다.
버클랜드: 우리는 그냥 관객들이 찾아주는 것 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마틴: 나타나기만 한다면 행복하다. 가사가 아닌 허밍만으로 따라하는 것도 좋다.
-전 세계적으로 브리티시 록이 인기가 많은데 어떤 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마틴: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인들은 음악을 사랑하면서 자라난다. 악기나 음악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문화적으로 굉장히 축복받은 환경이다. 그런 것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영국인들은 자신감이 과하지 않아서 솔로보다는 그룹으로 음악을 하기를 즐긴다. 두 번째로 영어가 많은 나라에서 통용된다는 점도 축복받은 환경이다. 아무래도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다면 전 세계로 뻗어나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각 앨범이 다른 색깔로 채워져 있는데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있다면.
마틴: 영감의 일부는 내면에서 온다. 개인적인 삶이나 주변의 일상으로부터 오는 것들이다. 또 일부는 외적인 영향을 받는다. 좋은 그림, 새로운 도시를 접할 때, 다른 음악을 듣거나 영화 '메리포핀스'를 보다가도 영감을 받는다. 뉴스나 세상의 어려운 문제들로부터 영감이 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매일 모든 것을 열린 태도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철학적이고 심오한 가사를 좋아하는 팬들이 빗다. 철학적 탐닉을 하는 편인가.
마틴: 그렇게 한다. 특히 최근 4~5년은 그랬다. 12세기 페르시아 시인인 루미의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다. 빅터 프랭클(오스트리아 철학자) 같은 철학자를 접하기도 했다. (버클랜드를 가리키며) 또 이 시대 최고의 철학자와 한 밴드에 있기도 하다. 우리 음악의 여정은 젊은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성장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선생님을 맞이하고 배울만한 것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위대한 예술가인 브라이언 이노(영국의 대표적인 가수)도 철학자다. 이런 점들이 분명히 녹아있다.
-앨범마다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음악적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도전인가 아니면 취향이 바뀐 것인가.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버클랜드: 우리는 다양한 음악을 좋아한다. 우리 모두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음악도 물론 변한다. 새로운 음악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까지 여전히 듣고 있다. 확장이다.
마틴: 그렇다. 음악적 확장이다.
버클랜드: 이제는 심지어 재즈도 듣는다.
마틴: 우리는 굉장히 행운이다. 우리가 어디 있든지 10초 안에 그 어떤 종류의 음악이라도 모두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덕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음악을 듣게 된 것이다.
-한국에 입국한 날 대구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간 것도 그런 취지인가?
마틴: 음악을 사랑해서 그냥 간 것이다. 초대 같은 게 있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큰 경기장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와 나 참 대단하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발레 같은 다른 종류의 공연을 보고 나면 ‘이 사람들이 놀랍구나.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겁에 질리게 하는 동시에 영감을 주는 순간이다.
-7집 앨범 이후 정규 앨범 발매가 없었는데, 새 음반 계획은? 재즈도 듣는다고 했는데 영향이 있을까?
마틴: 뭐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새 앨범에 대해서는 누가 알겠나. 오늘 연주를 잘 하는게 중요하다.
버클랜드: 우리는 지금 투어를 즐기고 있다. 앞으로 9개월가량 더 할 텐데 그 뒤에 봐야 할 것이다.
-최정상 밴드의 입지에 비해 겸손한 얘기를 많이 했다. 지금까지 만든 노래 중에 가장 자랑스러운 곡과 가장 아쉬운 곡은 무엇인가.
마틴: 1997년 만든 첫 노래들 중 하나다. 그때 우리는 그렇게 철학적인 노래를 하지 않았다. 그냥 방 안에서 보이는 것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노래했다. 존의 침실에서 연습하던 시절이다. 어느 날 내 눈에 데오드란트 캔이 보였다. 그래서 그때 데오드란트 캔에 대한 노래(Ode to Deodorant)를 만들었다. 앨범엔 정식으로 넣지 않았지만 그게 최악의 노래다.
버클랜드: 가사 측면에서 그렇단 얘기다.
마틴: 맞다. 기타는 아주 좋았다. 자랑스러운 노래로는 7~8곡을 꼽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가장 자랑스럽다.
-셋리스트를 구성할 때 나라마다 기준이 있는지, 한국 팬들은 ‘옐로우(Yellow)’를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부를 계획인가.
마틴: 셋리스트를 매번 바꾸기는 쉽지 않아서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른다. ‘옐로우’는 부를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마틴: 그 곡이 특별한 이유도 물론 알고 있다. 여객선(세월호) 때문이지 않나. 뭔가를 할 계획이다.
-내일(16일)이 참사 3주기이다.
마틴: 알고 있다. 준비할 것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