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체면 구긴 김정은, 트럼프와 '치킨게임'?…실패한 미사일 왜 쐈을까

입력 2017-04-16 11:44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16일 오전 북한이 함경남포 신포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자 “북한 미사일은 발사 즉시 폭발했다(blew up almost immediately)”고 밝혔다. 데이브 번햄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미사일이 15일 오전 11시21분(한국시간 16일 오전 6시21분) 발사됐다”며 “미사일 발사 실험은 곧바로 폭발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5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60㎞ 비행 후 동해에 추락했다. 한·미 당국은 당시 발사된 미사일을 KN-15(미국이 북극성 2형에 부여한 명칭) 계열로 추정했으나, 일각에서는 스커드-ER로 분석하기도 했다.

16일 미사일 발사는 5일 실패 이후 11일 만이자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열병식을 거행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전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태양절 열병식을 통해 고체연료 방식의 콜드 런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것을 비롯해 세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하루 만에 곧바로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항공모함 칼빈슨호을 한반도에 파견하고 핵잠수함을 언급하는 등 긴장을 높여가자 이에 맞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 CCTV는 군사적 압력을 높여가는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라고 분석하며 북한이 인민군 창건 85주년인 25일 전후로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핵무력 완성을 실현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 2형을 바탕으로 신형 ICBM급인 북극성 3형을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15일 열병식에서 한 축 바퀴가 7개인 트레일러에 실려 공개된 신형 ICBM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북극성 3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신형 ICBM 발사관에 들어갈 탄체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미사일 실험을 했던 것이고, 16일 실험 역시 그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는 관측이다.
도  일대에서 이달 들어 2번째 발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형 ICBM 1단 추진체를 개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중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북극성 2형(KN-15)'뿐이다. 고체연료는 엔진에 주입하는 시간이 필요 없어 노출을 최소화한 채 이동식발사대(TEL)에 탑재해 신속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이 고체 엔진을 적극 개발하는 건 이 때문이다.

ICBM에도 고체연료를 적용할 경우 미사일 안정화로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군 당국은 25일 전후를 비롯해 이달 안으로 고체연료 ICBM 1단 추진체가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