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운전 중 통화…40대 여성, 9살 여아 치어 숨지게 해

입력 2017-04-15 11:47
사진=뉴시스

운전 중 휴대전화 통화를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자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음주운전 만큼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관련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를 낸 경우 처벌 수위를 음주운전 사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지법 형사22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48·여)에 대해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8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유 부장판사는 “부주의로 나이 어린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며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라 피고인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했고 일정 기간 구금생활을 하며 잘못을 깊이 뉘우쳤다”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오후 6시 19분쯤 인천시 서구의 한 마트 앞 도로에서 자신의 쏘렌토 차량을 몰다가 B양(9)을 치었다. B양은 녹색 보행자 신호 때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이었다. A씨는 운전 중 휴대전화로 지인과 통화하다가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B양은 곧바로 인근 종합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외상성 뇌 손상으로 숨졌다.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교통사고를 낼 확률이 4배 이상 높았다. 캐나다 연구진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시 사고발생 확률이 혈중알콜농도 0.1% 음주운전과 같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 운전자들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악사손해보험이 운전면허 소지자 13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3.9%는 운전 중 통화가 ‘그 자체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운전 중 문자나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발송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그 자체로 위험’(89.9%)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운전습관을 물어보니 응답자 76.7%가 운전 중 통화를 한 적 있다고 답했다. 문자나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발송한 적 있다는 응답도 47.3%였다.

운전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측은 지난 2일 ‘운전 중 휴대전화 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시 음주운전과 동일하게 취급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운전 중 휴대전화를 손에 드는 행위 자체를 위법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차량용 거치대 또는 수납함 등에 보관토록 했다. 위반시 현행 2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5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국내 현행법은 ‘운전 중 휴대용 전화를 사용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위반시 7만원 정도의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데 그쳐 예방효과와 재발방지 등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있으면 비록 전원이 꺼져있더라도 단속된다. 전원이 꺼진 휴대전화가 조수석에 놓여 있어도 단속 대상이 된다. 처벌도 강력해 벌금이 최고 140만원까지 부가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단속되면 면허정지와 취소 등의 처분을 받게 된다. 박 의원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벌금 1000만원 이하에서 실형까지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음주운전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처벌 또한 형평성에 맞게 조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