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대우조선…채무재조정안 협상 막판 ‘진통’

입력 2017-04-15 10:17 수정 2017-04-15 12:45
사진=뉴시스

극적 타결되는 듯했던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안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졌다. 국민연금공단과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회사채 상환과 관련한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14일 열기로 예정됐었던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도 연기된 상태다. 오는 17~18일 사채권자 회의를 앞두고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 측은 15일 밤 늦게까지 실무진 논의를 거쳤지만 채무재조정안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산업은행이 회사채 상환 문제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이 높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이 막판에 와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전격 회동을 가진 후 “협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채무재조정안 합의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양측 입장차가 14일 이전으로 후퇴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회사채의 상환을 어느 수준까지 어떤 방식으로 보장해주느냐를 두고 불거졌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의 30%(3900억원) 정도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은 당초 “4월 회사채를 우선 상환해 달라” “채무재조정안 합의를 연기 해 달라” 등 요구도 했지만 이는 철회한 상태다. 대신 채무재조정안대로 회사채를 유예할 경우 확실하게 상환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산업은행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에 회사채 상환우선권을 주고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는 에스크로(거래대금 예치)계좌에 돈을 넣어 이 자금으로 상환을 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충분치 않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이 배를 수주할 때마다 일정 비율 금액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는 등 세부 방안이 확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이 적자 수주를 할 경우 회사채를 상환 받을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 등을 이행 확약서 형태로 확정해야 채무재조정안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단순히 에스크로 계좌만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며 “수주가 이어지면 은행들은 선수금환급보증(RG)을 털어버릴 수 있지만 사채권자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스크로 계좌에 어떤 식으로 돈을 넣어서 어떻게 갚아 나가겠다는 방안도 정해져야 하는데 하나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측은 이런 내용을 확약서로 만드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파산을 하더라도 국민연금 회사채는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부담한다는 구조조정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강경한 반응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주말 간 투자위원회를 개최해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안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다만 주말 간 협상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양측 협상을 조금 더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