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 세월호 향한 애가(哀歌) 흘러내리다

입력 2017-04-13 16:34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의 무대. 강민석 선임기자

“아이야 어서가자 거친 겨울 바다 위로. 노란 봄길 열린다. 밤새 울어 지친 새벽 바다 위를 그래도 서러워 말고 걷자.”(‘노란 꽃길’ 중에서, 삼일교회 찬양팀)

찬란히 꽃 피웠어야 했을 청춘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는 노래가 1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예배당에 흘렀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듯 천천히 사방으로 움직이는 푸른 조명이 무대 위를 감쌌다. 공연과 공연 사이엔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가상칠언(架上七言·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남긴 일곱 가지 말씀)이 관객들을 내려다봤다.
홍순관 송정미 등 저마다의 무대에서 세월호를 애도해 온 CCM 가수들이 416합창단과 합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고난주간을 맞아 세월호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세 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란 이름의 음악회로 모였다.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발걸음은 2000여석의 예배당을 가득 메웠다. 목회멘토링사역원(대표 김종희) 문화행동 바람(대표 김재욱 목사) 삼일교회가 주최한 음악회엔 홍순관 송정미 이길승 어노인팅 등 그동안 다양한 무대에서 세월호의 아픔을 애도해 온 CCM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섰다.
416합창단의 무대. '주 품에'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의 무대였다. 노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27명의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자 일순간 장내에 적막이 흘렀다. 단원들의 가슴엔 ‘그리움, 별이되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무대 위에선 3년 전 수학여행을 떠나던 날 아침, 꿈 많고 평범하던 네 가정의 일상이 음악극으로 펼쳐졌다. “어둔 바다 깊은 하늘에 지울 수 없는 눈망울. 새벽이 일렁이는 저 바다에 사랑하는 내 별이 뜬다.”(‘어느 별이 되었을까’ 중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직접 대본을 쓴 음악극 '그리움, 별이 되다'

“제훈아.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으로도 너인지 알겠다.” “주님의 아들 영만아. 아프게 해서 미안하고 혼자 외롭게 있게 해서 미안해. 그 외로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엄마 부르면 언제든지 갈게. 그리고 그 때 만나면 따뜻하게 꼭 안아줄게.”
저마다의 아들 딸에게 보내는 가슴 속 이야기에 객석 곳곳에선 연신 콧물을 훔치는 소리가 맴돌았다. 유가족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참석자들은 앞으로 나와 그들을 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꾹꾹 눌러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내려 서로의 어깨를 적셨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삼일교회에서 11일 열린 ‘세 번째 봄, 열일곱의 노래’ 음악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객석으로 내려온 세월호 유가족들(노란색 티셔츠 착용)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