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 홍준표 “대한민국, 세탁기로 확” 어록 만들다 맞은 유탄

입력 2017-04-13 15:13 수정 2017-04-13 16:08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3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합동토론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세탁기’ 발언의 유탄을 맞았다.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추진하겠다는 국가개혁을 ‘세탁기’에 비유했다가, 다른 후보들로부터 “홍 후보가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공격을 받았다.

홍 후보는 13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제19대 대선후보들의 첫 합동토론회에서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의 국가 대개혁.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확 돌리겠다. 1년만 돌리겠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후보별 정책검증 토론을 앞두고서였다.

다른 후보들은 정책검증에서 홍 후보의 ‘세탁기’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공세를 펼쳤다. 포문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열었다. 유 후보는 “대통령 자격에 대한 질문이다. (홍 후보는) 형사 피고인이다.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고 했는데, 많은 국민은 홍 후보도 세탁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4월 9일 정치권 로비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가 각각 선고됐다.

홍 후보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완전히 나왔다. 판결문을 보라”고 받아쳤다.

유 후보로부터 발언권을 넘겨받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세탁기’ 발언으로 홍 후보를 몰아세웠다. 심 후보는 홍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을 ‘세탁소’로 응용해 “홍 후보가 ‘세탁소’에 다녀왔지만 고장 난 ‘세탁기’가 아니었는가”라고 물었다.

홍 후보는 한바탕 웃은 뒤 “삼성 세탁기”라고 답했다. 재판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유명 제조사를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발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대권 도전에 나선 다른 후보들을 자극하고 말았다.

심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지내면서 태반을 피의자로 재판받으러 다녔으면 도민들에게 석고대죄라도 하고 사퇴해야 할 분이 꼼수로 사퇴해 도민의 참정권을 방해했다. 파렴치한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은 최소한 염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는 심 후보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홍 후보는 합동토론을 마치고 방송사 로비에서 만난 기자들로부터 ‘토론 결과를 자평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자평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음에 누가 들어갈지 자세히 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