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PD에게 故김영애가 남긴 마지막 말

입력 2017-04-13 00:01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김영애씨가 죽음을 앞두고 이영돈 PD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 알려졌다. 깊은 울림을 남기는 말이었다.

김영애씨는 2003년 (주)참토원 부회장을 맡아 황토팩 사업으로 수백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2007년 KBS 이영돈 PD가 진행하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중금속 검출 의혹'이 제기돼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참토원 제품은 인체에 유해성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이 일로 사업은 어려워졌다. 긴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김영애씨는 5살 연하 남편과 이혼까지 하게 됐고, 건강 악화로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은 SBS ‘좋은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를 회상하며 “굵은 쇠줄로 내 목을 옥죄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것이 너무 나를 압박해 우울증으로 1년을 앓았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영애씨는 지난 2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영돈 PD가 밉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고 “용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하나님을 믿으면서 편안해진 게 미운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리 따지면 나도 살면서 정말 부끄러운 일 많이 했다. 누구를 뭐라고 하거나 미워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어떤 미운 사람도 가슴에 남아 있지 않다. 누굴 원망하는 건 결국 나를 괴롭히는 건데 그 시기를 그냥 나를 위해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여상 졸업 후 71년 MBC 공채 탤런트 3기로 데뷔했다. 그는 47년 동안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17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 탄탄한 연기력과 감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췌장암 투병 중에도 마지막까지 연기 혼을 불태운 고인은 "정말 감사할 게 많다. 이 세상에 감사했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내가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받았다. 고맙고 감사한 일뿐인데, 이 감사함을 갚지 못하고 가는 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지난 9일 별세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