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적 협력” 의사를 밝혔다고 중국 관영 CCTV가 12일 보도했다. ‘북폭설’(미국의 북한 폭격설)의 사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탔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의 이 전화 한 통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또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일치된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을 공감하면서 고위층 간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양국 정상 중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갖고 닷새 만에 이뤄졌다. 그 사이 한반도는 북한 6차 핵실험 가능성과 미국의 ‘북폭설’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3함대 소속 칼빈슨호는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마치고 싱가포르에 정박했던 지난 9일 호주행 항로를 수정하고 한반도로 방향을 틀었다.
데이비드 베넘 미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불안정하게 미사일을 실험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은 이 지역(동아시아)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배치 배경을 설명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에 참여한 칼빈슨호의 한반도행은 미국이 북한 지도부, 특히 김 위원장에게 보낸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김 위원장에겐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아 북한 최고 권력으로 집권한 뒤 최대 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적 협력’ 의사를 밝힌 시 주석의 전화통화로 김 위원장은 최악의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보다 경제제재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군사 옵션은 장기 검토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군사력 행사를 포함한 옵션들에 대해 “일단 미뤄둔 상태"(on the back burner)”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