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은 의로운 죽음이고, 계약직은 단순 사망이냐?"…'세월호 기간제 교사' 아버지의 한마디

입력 2017-04-12 12:30

세월호 침몰로 숨진 단원고 김초원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가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했다. 김씨는 "초원이 할머니는 아직도 손녀가 미국에 유학 간 줄 알고 계신다. 연로하셔서 세상을 떠난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비행기 표가 비싸서 못 온다, 시차 때문에 통화도 어렵다며 3년째 둘러대고 있다는 거였다.

김 교사는 이지혜 교사와 함께 기간제 교사 자격으로 세월호에 탔다가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두 교사는 침몰 당시에 가장 빠져나오기 쉬웠던 5층 객실에 있었지만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참변을 당했다. 하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가 마침내 뭍으로 올라온 지금도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세월호에는 교사 14명이 타고 있었다. 11명은 정규직, 3명은 기간제였다. 정규직 교사 11명 중 9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들은 공무 중 사망한 '순직' 처리가 됐다. 기간제 교사 3명 중 생존자 1명을 제외한 사망자 2명, 김초원 이지혜 교사는 그렇지 못하다. 김씨는 "교육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가 학생들 인솔하다 사망한 걸로 돼 있다"며 "순직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인사혁신처에 갔을 때는 저희 보고 그랬어요. '상시근무자가 아니다. 상시근무자는 주 4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주 40시간을 근무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단원고에 가서 계약한 것을 열람해보니까 1년 계약을 하면서 주 40시간 근무로 계약했더라고요."

김 교사 시신은 세월호 4층에서 발견됐다. 그곳에서 발견된 학생들 시신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은 채였는데 김 교사는 구명조끼도 없이 맨몸이었다.

"생존한 화물차 기사의 증언인데, 배가 기울어갈 때 그 분이 우리 딸을 봤답니다. 키 큰 여선생님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봤대요. 자기는 배가 기울어지니까 빠져나왔는데, 나중에 분향소 가서 사진을 보고 '아, 그 선생님은 못 나왔구나' 했다는 거예요."

김씨는 "정규직 선생님들은 이것저것 안 따지고 의로운 죽음, 순직이 됐는데, 기간제 선생님은 그냥 사망한 게 된다. 죽어서도 기간제, 정규직 따지는 현실이 너무 서럽다"고 말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는 순직 기간제 교사들이 공무원연금법상 공무원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원도 포함된다. 당연히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동안 기간제 교사를 교육공무원이 아닌 교원이라고 규정하고 계속 늘려왔다. 핵심적인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현장에서는 정교사와 똑같은 업무를 시키고, 일부 사립학교에선 정교사 채용을 미끼로 더 많은 일을 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눈감아왔다. 세월호에서 숨진 두 선생님을 공무원연금법상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게 되면 전국의 기간제 교사 모두를 공무원으로 인정해야 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