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세먼지의 절반인데… '전쟁' 선포한 런던시

입력 2017-04-12 10:03

미세먼지가 공습해온 12일 제주도까지 ‘나쁨’ 수준의 탁한 공기로 뒤덮였다. 수도권, 강원영서, 충청권, 호남권이 모두 ‘나쁨’ 농도를 나타내고 있다. 몽골 동부와 중국 북동부에서 발생한 황사가 바람을 타고 내려왔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흡연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세계는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섰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정부는 여섯 차례나 미세먼지 대책을 내놨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990년 26㎍/㎥이었다.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7㎍/㎥)보다 훨씬 높았고 회원국 중 7번째로 나빴다. 이후 2015년까지 25년간 OECD 평균치는 15㎍/㎥로 낮아진 반면 한국은 되레 29㎍/㎥로 높아졌다.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도 최악인 중국(58㎍/㎥)이나 북한(34㎍/㎥)보다는 좋지만 베트남 몽골 필리핀보다도 나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대로 가면 3년 후에는 회원국 중 한국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 1위 국가가 되며 관련된 경제 손실도 가장 클 거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10년 안에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지금의 런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5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3㎍/㎥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12.9㎍/㎥, 일본 도쿄 13.8㎍/㎥, 프랑스 파리 14㎍/㎥, 영국 런던 11㎍/㎥의 2배 수준이다. 황사를 포함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약 45㎍/㎥ 수준으로 역시 런던과 파리보다 각각 2.3배, 2,1배 높다.

이렇게 서울보다 2배 깨끗한 공기를 가진 런던시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관련 예산을 2배로 늘리고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 정책을 도입했다.

칸 시장은 “공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간 9400명이나 된다. 공공의 건강을 위해 공기의 질을 높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 2층 버스를 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은 2019년부터 도심에 ‘초저배출구역(ULEZ·Ultra Low Emission Zone)'을 운영키로 했다. 배기가스를 기준 이상 배출하는 차량이 진입하려 할 경우 혼잡통행료에 더해 배출가스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디젤)와 '유로4'(휘발유)를 충족하지 않는 노후 승용차는 현행 혼잡통행료(11.5파운드)와 함께 배출가스 과징금 12.5파운드를 내야 한다. 도심에서 한 번 주행하려면 모두 3만4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버스나 트럭은 과징금이 100파운드(약 14만2000원)나 된다.

런던은 이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차량 배출가스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과징금 폭탄은 유럽에서도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칸 시장은 2020년 시행 예정이던 ULEZ 운영을 1년 이상 앞당겼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