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몰고 온 ‘4월27일 전쟁설'에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한반도 4월 위기설'은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불거졌다.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이 몰려 있고, 한국과 미국의 연례 군사훈련도 실시되기에 4월의 한반도는 늘 불안했다.
4월 15일은 김일성 생일이고, 25일은 북한군 창건일이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도 4월에 열린다. 기념일과 주요 행사에 맞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온 북한의 특성상 이런 일정이 몰린 4월은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미 연합훈련까지 겹쳐 양국 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집결하는 터라 위기설이 반복되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좀 다르다. '27일'이란 날짜까지 특정해 '미국의 북한 폭격설'이 제기되고 있다. 27일은 달빛이 없는 그믐이어서 '스텔스 폭격'에 가장 최적의 날이란 이유로 거론됐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하고 싱가포르로 돌아갔던 칼빈슨호가 항로를 변경해 15일쯤 한반도 해상에 돌아온다. 이런 이례적 움직임이 위기설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나오던 '4월 위기설'이 올해 유난히 증폭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을 찾아 들어가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예측 불능'이란 등식이 과거엔 '결과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었던 위기설을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위기설로 바꿔놓았다.
때마침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 수위도 높아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은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핵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적인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질세라 북한도 11일 노동신문에 ‘선제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싣고 “호전광들의 군사적 도발 소동은 작두날에 목을 들이미는 것과 같은 미련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선제타격하려는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강위력한 핵타격수단들은 침략과 도발의 본거지들을 모조리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현재 한반도 인근에 대기 중인 미군 전력 규모만 보면 북한을 충분히 폭격할 수 있는 규모다. 괌 미군기지에는 3대 전략폭격기가 상시 대기 상태이고, 시리아를 공격했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도 배치돼 있다. 일본의 미군기지엔 북한에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F-35B가 전진 배치됐다. ‘떠다니는 군사기지’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요코스카에서 대기 중이며, 또 하나의 항공모함 칼빈슨호도 온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위기의 풍경이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북한 폭격에 따른 후폭풍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워싱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한국 정부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칼빈슨의 배치는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단호한 대응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칼빈슨의 한반도 이동은 ‘공격용’이라고 보다는 ‘방어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강경한 행동은 북한에 ‘더 이상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중국에는 ‘북한을 제지하지 못하면 군사적 행동도 불사한다’는 것을 알리는 ‘이중경고’인 셈이다. 다만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실제 요격을 통해 ‘위협’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줄 수도 있다. 호주언론은 미국이 북한미사일 요격준비를 했다고 동맹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